샤론 스톤(49)이 돌아왔다. 또다시 얼음 송곳을 손에 들고서. 남자들은 조심하시라. <원초적 본능2>의 캐더린 트러멜은 14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섹시하고 위험하다. <원초적 본능2>의 전세계 개봉을 계기로 스톤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 속편 출연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여배우 모두에게 하나의 도전이며 시험이다. 마흔 또는 오십 고개를 넘은 할리우드 여배우들(멕 라이언, 데브라 윙어, 홀리 헌터, 제시카 랭, 글렌 클로스, 커스틴 앨리 등등)이 개점휴업 또는 조역으로 밀려나거나 TV 드라마로 속속 활동무대를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톤은 과연 이 영화로 다시 재기할 수있을 것인가. 유럽과 달리 젊음에 유난히 집착하는 할리우드가 중년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과연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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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본능 2 ⓒ프레시안무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론 스톤은 유난히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 온 배우다.
첫째, 샤론 스톤은 멍청하다? 미국 영화 속에서 금발미인은 두 가지 유형이다. 얼굴만 예쁜 멍청이거나, 우아하지만 웬지 쌀쌀맞을 것 같은 얼음 공주이거나. 전자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마릴린 몬로이고, 후자의 대표 캐릭터는 그레이스 켈리다. 샤론 스톤은 자연산 금발미인이다. 그러므로 샤론 스톤은 '덤 블론드(Dumb Blonde)'의 숙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인간' 샤론 스톤은 명석한 두뇌로 유명하다. 그의 IQ가 154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어린시절 펜실베이니어주 미드빌 고향에서 총명한 아이로 유명했던 샤론 스톤은 다섯살 때 초등학교 1학년을 건너뛰고 2학년에 진학했으며 이후 여러 차례 월반을 거듭한 끝에 열다섯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다.
둘째, 샤론 스톤은 헤프다? 서구 사회는 섹시한 금발미인에 대해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란 뿌리깊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이런 이미지는 영화를 통해 확대 재생산돼 왔으며, 그것은 전세계 보통사람의 편견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그릇된 편견의 순환구조다.
샤론 스톤이 영화 속에서 헤픈 여자 역할을 많이 맡았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첫 출세작 <토탈리콜>(1980)에서 그녀는 주인공 더글라스 퀘이드(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가짜 아내 로리로 등장한다. 특수요원 신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임무였다곤 하더라도 정조관념이 없는 여성 캐릭터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원초적 본능>(1992)의 전설적인 캐더린 트러멜! 남자들을 일회용 휴지처럼 한번 쓰고 죽여버리는 캐더린의 이미지는 곧 스톤의 영화적 자아가 돼버렸다. 샤론 스톤은 지금까지 두번 결혼하고 두번 이혼했다. 결혼했던 두 남자 말고 얼마나 많은 애인을 뒀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이 정도의 경력은 할리우드에서는 남자편력 축에도 못든다.
셋째, 샤론 스톤은 출세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옷을 벗어던지는 냉혹한 야심가이며 이기주의자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스톤의 어머니 증언에 따르면 , 네다섯 살쯤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가 "나는 새로운 마릴린 몬로가 될 거야"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어찌 됐든 스톤은 특유의 야심을 무기로, 모델을 거쳐 톱스타로 성공했다. 영화 속에서 필요하다면, 거리낌없이 옷을 벗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초적 본능>의 유명한 경찰서 취조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속옷을 벗고 '무릎과 무릎'사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스톤이 감독 폴 버호벤의 요구로 팬티를 벗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부분'에 카메라를 들이댈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첫번째 내부 시사 때 문제의 장면을 본 스톤은 상영이 끝나자마자 영사실로 뛰어올라가 그곳에 있던 감독의 따귀를 때렸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영화를 개봉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하긴 그것도 믿거나 말거나다. 어찌 됐든 요즘 그녀는 부쩍 사회적 이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예루살렘을 방문해 중동유혈분쟁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명했는가 하면, 에이즈환자 인권운동으로 동성애자단체가 수여하는 인권상을 받았고, 아프리카 빈민돕기 운동에도 열성이다.
넷째, 샤론 스톤은 연기가 아니라 몸으로 승부하는 배우다? 답은 단연코 '노'다. 물론 <슬리버>(1993) <스페셜리스트>(1994) <캣우먼>(2004) 등 졸작도 많다. 그러나 마틴 스코세지의 <카지노>(1995)에서 마약과 환멸에 절어 스스로 몰락해가는 라스베이거스 쇼걸 진저의 '날선' 연기는 로버트 드니로에 맞먹을 만큼 강렬했다. 스톤은 이 영화에서의 열연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뮤즈>(1999)의 코믹한 여신과 <브로큰 플라워>(2005)의 로리 밀러 역으로 그녀는 한결 편안해진 연기 맛을 우려낼 줄 알게 된 듯하다.
스톤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원초적 본능3><원초적 본능 4>를 찍을 수도 있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특히 4편에서는 70대의 캐더린 트러멜이 양로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얼음송곳을 휘두르는 설정을 다뤄보면 멋질 것같다며 호탕하게 웃어제꼈다고 한다. 70대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섹시하며 위험천만한 '포스'를 발산하는 할머니라니. 샤론 스톤이라면 꼭 불가능한 일만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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