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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도 할리우드 공세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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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도 할리우드 공세 거세다

[특집] 〈C.S.I>에서 <크리미널 마인드> <위기의 주부들>까지

극장 밖에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 좀더 새로운 세상의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요즘 TV 외화 시리즈로 눈을 돌린다. <프렌즈>나 〈X파일><섹스 앤 더 시티> 얘기가 아니다. 이들 작품만 해도 이미 '올드 패션'이 된지 오래다. OCN과 채널 CGV 등 영화전문채널뿐만이 아니라 히스토리 채널, 다큐멘터리 채널, 여성채널 등 각종 케이블TV와 위성TV의 수많은 채널을 통해 할리우드의 줄기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신작 외화시리즈가 국내 안방으로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극장과 마찬가지로 안방극장, 곧 TV 시장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할리우드 TV외화 시리즈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지 오래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고 있다. 한국의 안방 극장을 공략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외화시리즈를 모아 소개한다.
TV 외화 시리즈 시청자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는 사실 '사랑과 우정'이 아니다. 케이블 TV OCN 편성팀의 하나영 씨는 "TV 외화 시리즈를 오랫동안 방영해 오며 시청 패턴을 면밀히 조사해본 결과 범죄 수사극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의 야사를 엿볼 수 있는 시대극도 인기"라고 전했다. OCN은 이런 시청자 층의 입맛에 맞춰 2001년부터 범죄 수사극 〈C.S.I 과학 수사대>를 방송해 오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C.S.I> 시리즈의 라스베가스판, 마이애미판,뉴욕판 모두를 각각 2회씩 재방송하고 있다.
ⓒOCN
OCN의 간판 TV 외화 시리즈인 는 미국 CBS에서 2000년 방영돼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대표 범죄 수사극 시리즈물이다. '범죄 현장 수사단'이란 독특한 설정이 긴장감 있는 스토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빛을 잘 살린 감각적인 영상으로 볼거리의 재미까지 덧붙였다. 영화 <아마게돈><진주만>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C.S.I 과학수사대>는 현재 국내에서 시즌 6편까지 방송되고 있다. 또한 〈C.S.I: 마이애미> 〈C.S.I: 라스베가스> 등 〈C.S.I 과학 수사대>의 인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새롭게 드라마로 옮긴, 이른바 '스핀 오프 시리즈들'은 새로운 형식으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OCN은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 외에 <뉴욕 특수 수사대>도 방영하고 있으며, 채널 CGV 역시 FBI 특별수사팀을 배경으로 한 <크리미널 마인드>와 성범죄 수사대를 다룬 <특수 수사대 SVU Ⅲ>를 동시에 방영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우리 안방극장에서 범죄 수사극이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 소재 폭 넓히고 있는 외화시리즈 외화 드라마는 최근 시대극까지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OCN이 지난 1월 1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ROME>은 보레누스와 풀로라는 두 병사의 눈에 비친 로마 시대를 담는다. 영국 BBC와 미국 HBO가 공동 제작한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 로마에 5000평짜리 야외 세트를 지어 고대 로마를 재현해내고, 그 시대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순 제작비만 1000억 원이 들었다는 〈ROME>은 시청률도 어마하게 기록했다. 방송 첫날 3.18%의 시청률을 올린 것이다. 한 자리 숫자지만 케이블 방송의 시청률로 따지면 이는 폭발적인 수치로 분석된다. 같은 시간대(일요일 밤 10시) 공중파 KBS-1TV의 평균 시청률과 비슷한 수치이고 6%대인 MBC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들의 시청률과 비교해보면 절반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TV드라마로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세트도 세트지만 시저, 폼페이우스, 옥타비아누스 황제 등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뒷이야기가 포함된 허구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ROME>의 인기 비결이다.
ⓒOCN
조지 클루니가 출연해 더욱 큰 인기를 얻은 〈ER>이 잘 만든 메디컬 드라마라면, <하우스 시즌 2>는 거기에 범죄극의 형태를 보탠 메디컬 추리극이다. 희귀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찾는 과정이 범죄 수사극처럼 그려진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 1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하우스 시즌 2> 방영도 자연스레 결정됐다. TV 외화 시리즈의 주요 시청자 층인 20~30대 여성층이 지지하는 드라마의 폭은 매우 넓다. 범죄 수사극과 메디컬 추리극을 사랑하는 그들은 좌충우돌 주부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위기의 주부들>도 동시에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의 다양한 요구에 눈을 맞추다 보니 TV 외화 시리즈는 점점 다양하고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게이들의 이야기 <퀴어 애즈 포크>나 전장의 모습을 담아낸 전쟁 드라마 <오버 데어>, 백악관을 둘러싼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을 만날 수 있는 건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성을 넓히는 것과 함께 요즘 TV 외화 시리즈들은 작품성도 겸비하고 있다. 2004년 에미상을 수상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방송 중에 있는 캐치온의 편성 매니저 이충효 씨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내는 작품, 완성도 면에서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면 대중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과감히 말한다. 시청층이 대부분 마니아들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다. 1980년대 중반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약물 중독자, 동성애자, 동성애를 증오하는 보수주의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파헤친다.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가 감독하고, 알 파치노, 엠마 톰슨, 메릴 스트립이 출연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방영된 데는 "이 작품은 꼭 보여 달라"는 시청자들의 사전 요청이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에 대한 의견이 공중파처럼 즉각적이진 않지만 작품 선정에는 더 큰 몫을 차지한다.
ⓒOCN .......................................................................................ⓒ캐치온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캐치온은 <프리즌 브레이크>와 <마이 네임 이즈 얼>의 방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이 작품들은 빠르면 올 여름 TV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한창 지난 '옛' 시즌 작품들을 감상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현지 상영과의 시간 차이를 현저히 줄인 셈이다. 재방, 삼방만 해대던 과거와 달리 TV 외화 시리즈들은 점점 진화 중이다. 현지와의 시간 간격은 줄이고, 장르는 크게 넓히고 있다. 그와 동시에 완성도를 꼼꼼히 따져 나가고 있다. 그럼으로써 TV 외화 시리즈들은 적지만 두터운 마니아 층들을 촘촘히 챙겨 나가고 있다. 갇혀 있는 한국 드라마의 소재 및 장르와 비교해 볼 때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무조건 시청자의 입맛에 휘둘리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시청자가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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