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5일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에 경영전문대학원 설치를 예비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은 교육부와 약속한 교원 및 시설 확보계획을 올해 6월까지 이행해야 하며, 교육부는 이행 결과를 보고 6월에 경영전문대학원 설립을 최종 인가할 예정이다.
교육부로부터 무사히 최종 인가를 얻는 대학은 외국의 MBA(경영학 석사) 과정과 같은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9월부터 신입생을 받게 된다.
이들 대학의 MBA 과정이 국내에서 처음 개설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 KDI국제대학원, 성균관대 등 6곳에서 MBA 과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들 기존의 MBA 과정은 입학정원을 모두 합쳐도 540명에 불과해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번에 예비 인가를 얻은 경영전문대학원 6곳의 입학정원은 총 1461명이다. 본격적인 한국형 MBA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구조조정의 시대, 직장인들 MBA에 눈을 돌리다 **
해외 MBA 과정은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내 경영학 교육과 달리 사례연구에 초점을 맞춘 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특수 대학원 형태의 경영대학원이나 일반 대학원의 경영학 석사과정과는 교육의 내용과 성격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면서 해외 MBA 과정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금융과 재무 관련 지식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대학의 경영학 교육이 갖는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자 직장인들이 조직에 헌신하기보다는 개인의 경쟁력을 쌓는 데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해외 MBA 과정에 대한 관심 증대에 한몫했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도 직장인들의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국내 MBA 과정을 육성한다는 취지를 바탕에 깔고 있다.
***교수 확보 제대로 될까?**
그러나 국내 MBA 과정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선결 과제가 많다.
우선 교육부가 설정한 MBA 과정 설립의 승인 요건인 '교수 1명 당 학생 수 12.5명 미만'이라는 조건을 대학에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 현재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올해 6월까지 이 조건을 충족해야만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얻어 예정대로 올해 2학기에 MBA 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그런데 교수 1명당 학생 12.5명 미만이란 말 그대로 최소 요건일 뿐이다. 이 정도 규모의 교수진으로는 사례연구와 실무 중심 교육이라는 MBA 과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경영전문대학 설립을 추진해 온 대학들은 최근 2~3년 동안 경영학 교수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대학들의 이런 노력은 대부분 난항을 겪었다.
최근 몇 년간 심화된 '경영학 박사 품귀현상'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유학생들이 학업을 중도포기 했는데 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경영대학원들이 박사과정 입학생 수를 줄이면서 국내의 경영학 박사 품귀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나마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도 국내 대학교수 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추세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고려대 경영대의 경우 최근 진행한 교수 채용에서 25명을 충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8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대학 측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들은 대부분 기업으로 가거나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유능한 교수들을 확보하지 못 한다면 경영전문대학원은 기존의 일반 대학원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교수 없이 국제적인 안목 키우기는 어려워**
더구나 해외 MBA 유학에 대한 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교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유학을 가고자 하는 목적 자체가 국제적인 안목과 경험을 얻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의 대학 풍토에서 외국인 교수의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KDI 국제대학원은 지난해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금융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경영학 박사를 채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성균관대도 국내 교수들과 다른 연봉체계를 적용하는 조건을 걸고서야 간신히 외국인 교수를 4명 채용할 수 있었다.
***서울대 MBA, 학기 당 1500만 원 "돈 없으면 오지 마"**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비싼 학비 문제가 그것이다.
1년6개월 간 3학기 과정을 운영할 계획인 서울대는 학기당 1500만 원의 등록금을 책정할 예정이다. 다른 사립대학들의 등록금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학은 학비가 싸다는 통념을 깨는 것이다.
비싼 학비의 문제는 경영전문대학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문을 연 의학전문대학원이나 곧 개교할 법학전문대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부 졸업자를 상대로 법률, 경영, 의료 등의 전문 직업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로 이들 분야에서 미국식 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비싼 학비로 인해 이들 분야의 직업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는 문제점까지 함께 들어온 것이다.
***충실한 교육 없으면, 고급 사교장일 뿐**
게다가 경영전문대학원은 졸업과 동시에 직업이 보장되는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과도 다르다. 졸업과 동시에 고임금 직장에의 취업이 보장되지는 않는 것이다.
게다가 철저한 연봉제인 미국과 달리 일본 식 연공서열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한국 기업의 임금체계를 고려하면 단지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왔다는 이유로 높은 임금을 받기는 어렵다.
국내 MBA 과정이 학생들의 경쟁력을 파격적으로 높일 수 있는 충실한 교육과정을 갖추지 못 할 경우 자칫 부자집 자제들의 이력서를 장식해주는 고급 사교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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