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CQN명동' 극장에서 단관 개봉해 지난 한달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일본영화 <박치기>의 주연 배우와 감독, 제작자가 지난 3월 11일 한국에 왔다. 극중에서 재일 조선인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두 배우 타카오카 소우스케와 사와지리 에리카, 그리고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과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재일동포 2.5세인 이봉우 씨가 바로 그들. <박치기>는 1968년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조선학교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 간의 대립과 우정을 그린 내용이다. 지난해 키네마준보와 아사히신문 선정 '2005년 베스트 영화 1위'에 오른 바 있다. 제작자 이봉우 씨 등의 이번 방문은 단관 개봉이라는 어려운 배급 상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사랑을 보내고 있는 국내 관객에 대해 보답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제작자 이봉우 씨는 12일 극장에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하다"면서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가슴으로 느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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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기 ⓒ프레시안무비 |
한국 전체 영화 시장에서 일본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불과 5% 미만. 이런 현실적 상황을 생각해보면 <박치기>의 장기 상영과 꾸준한 관객 몰이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2004년 국내에서 개봉해 마니아층을 만들어 내며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지난 1월 26일 5개관에서 소규모 개봉해 관객 7만을 끌어들이며 지방으로까지 스크린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메종 드 히미코>, 그리고 <박치기>에 보내는 꾸준한 관객 사랑은 일본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인식 변화는 물론, 앞으로 한국 영화 시장에서 일본영화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다음은 이들과의 기자 간담회.
- 재일 교포 2세를 다룬 영화로 한국을 찾은 소감은?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 : 이 영화는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시사회도 하기 전이었는데 한국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그때부터 계속해서 언젠가 한국에서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져 감사하다. 서울에서 만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타카오카 소우스케 : 일본에서 영화가 개봉할 때만해도 한국에서 상영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서 개봉한 지 한달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좋은 반응을 보내주고 있다니 놀랍다. 직접 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같아 행복하다. 이 영화 찍기 잘 했다!
. - <박치기>의 경자는 실제 조선족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다. 사와지리 에리카 : 처음에는 재일 한국인 소녀 역할이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아닐까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소녀가 한 소년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무엇이 다르겠는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포인트를 잡고 그것에 맞춰 연기를 해나갔다.
. - <박치기>는 제작자 이봉우 씨의 실제 이야기라고 들었다. 타카오카 소우스케의 연기가 어땠는가? 이봉우 : 타카오카 씨가 연기해줘서 고맙다. 당시 우리 사이에선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은 없었다.(웃음) 당시 우리가 느낀 분노,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 모르는 감정을 잘 표현해준 감독과 배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연기자들이 60년대 조선 학교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연기해준 듯하다.
. - 영화의 배경이 1968년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이즈츠 카즈유키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임진강'이란 노래가 일본에서 선보이고 또 금지된 게 68년이다. 세계 여기저기서 낡은 가치관과 세계관이 변혁을 겪은 시기도 68년이다. 당시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우리 또래에겐 '혁명'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 오랜 것이 타파되고 새로운 것이 일어나는, 전 세계에 걸친 동시다발적인 움직임같은 것. 지금의 일본은 그 기운을 잊은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우리 세대까지도. 제작자 이봉우 씨와 이야기하면서 그 시대를 그려보자고 했다. 그건 단순한 노스탤지어가 아니었다. 이것은 지금의 일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일본 사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재일 한국인들의 이야기로 지금의 일본을 바라보고 싶었다.
. - <박치기> 촬영에서 어려웠던 점은? 타카오카 소우스케 : 난 원래 연기를 할 때 역할에 대해 사전에 준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제작진이 건네준 1968년에 관한 텍스트를 연구하고 공부했다. 액션이 많아 움직임을 잘 만들기 위해 몸만들기도 해야 했고, 간사이 언어와 조선어 공부도 해야 했다. 일본 내에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이 아직 많이 있다. 그런 것을 없애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사와지리 에리카 : 영화 촬영은 자유분방하게 한 편이다. 처음 해보는 한국어와 교토 억양의 말투가 가장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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