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교 근처에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대규모 공사를 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촌중학교 학생 222명이 "학습권을 침해하는 재개발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며 반포 주공3단지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학 기간을 제외하고 평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원천중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서는 공사를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부터 원촌중학교 인근에 2900여 세대 규모의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공사를 진행해 왔다. 공사가 시작된 후 소음, 먼지, 진동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다른 장소에 임시 학교건물을 짓고 나서 공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건축조합과 GS건설이 이를 무시하고 방음벽과 이중창, 공기청정기 등만 학교에 설치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시공사가 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먼지가 발암물질인 갈석면 가루인 것으로 밝혀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1월 19일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공사가 대부분 낮 시간대에 이뤄지고 학교와 공사장이 좁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공사 중지 결정과 다를 바 없다.
재판부는 "학교 건물 내에서 측정한 소음이 학교보건법 기준을 초과하고 13m 높이의 방음벽이 주는 폐쇄감이 학생들의 건전한 정신을 함양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로 야외 체육활동이 힘들게 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헌법에 보장된 '적절한 환경에서 교육 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헌법적 권리인 '교육 받을 권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정당하고 적절한 방식과 내용으로 수업을 받을 권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이 교육권을 이유로 개발권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S건설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재판부가 결정 근거로 삼은 각종 소음에 관한 자료에 문제가 있다면서, 곧 이의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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