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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위폐 접촉, 마주 앉기는 했으나…

'북 위폐제조' 증거 제시 없었던 듯…6자회담 재개 어려워 보여

북한 위폐를 놓고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던 북미 양국이 7일(현지시간) 마침내 마주앉았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는 듯하다.

미국은 이번 뉴욕 접촉이 '회담이 아닌 브리핑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위폐 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북한이 불법행동을 중단해야 하는 문제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도 '위폐와 6자회담은 별개'라는 미국의 입장을 여전히 반박하며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한 6자회담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美 "현안 명확히 하는 좋은 기회"…北 "서로 입장과 차이점 알게 됐다"**

북한과 미국은 이날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서 접촉을 갖고 위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회동 직후 미국측 참가자였던 캐슬린 스티븐슨 국무부 부차관보는 "양측 모두에게 일부 현안들을 명확히 하는 데에 좋은 기회가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도 성명을 통해 북한측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취해진 조치가 애국법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또한 이번 회동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 보호조치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며 많은 현안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측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이날 저녁 숙소인 맨해튼 밀리니엄 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조미 쌍방이 서로의 관심사와 우려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했다"며 "서로의 입장을 알게 됐고 다시 한번 차이점을 확인했다"고 이날 접촉을 평가했다.

리근 국장은 미국측이 이번 회담에서 위폐 증거를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이번 회담은 심문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서로가 자기의 정책들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번 회동을 통해 미국이 북한측에 '위폐제조'의 실질적인 증거를 내놓지 않을까 기대되었으나 리근 국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구체적 증거' 제시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 증거' 없이 입장 마주보고 얘기하는 수준이었던 듯**

마주 앉은 북미 양국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대표단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기존의 양국의 입장과 크게 다른 얘기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위폐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해 가을 이후 '터무니없는 미국의 대북 압살 정책'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지난달 9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불법행동 방지 움직임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8일에는 위폐 유통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위폐 관련한 북의 태도 변화를 점치기도 했다.

오히려 처음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위폐가 북한 당국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범죄이며, 국내법 집행 차원에서 이에 문제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한 미국은 불법행위의 재발방지책과 더불어 북한의 변화를 검증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그동안 강조해 왔다. 미국은 이번 회동에서도 이같은 인식을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美 "6자회담? 북한에 물어봐라"…北 "압박 있는 한 재개 없다"**

당초 이번 뉴욕 접촉은 위폐 문제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접촉은 양국이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기술적인 브리핑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여 6자회담 재개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미국은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태도다. 미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을 통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에 대해 "북한 외무성의 공보관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아무 전제 조건 없이 조기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격려해 왔으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6자회담과 위폐는 별개'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은 단호하다. 리근 국장은 "(미국의 위폐)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리 국장은 또한 위폐 문제와 별개로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그것은 자기들의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리 국장은 "그 사람들은 회담과 무관계하니까 나와서 토의하면 된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압박 속에서는 회의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 국장은 9일 뉴욕을 떠나 중국 베이징을 거쳐 귀국길에 오른다. 이에 8일 다시 한번 북미간 접촉의 가능성이 일각에서 점쳐지고 있다. 리 국장이 7일 회동 이후 "오늘 회담은 끝났다"고 말한 것이 추가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더 만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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