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모임과 관련한 파문이 다양한 의혹을 낳으며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영남제분에 대한 교원공제회의 부적절한 투자에 대한 의혹(관련 기사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60307100050&s_menu=정치)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번 파문을 일으킨 골프모임에 교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냈던 이기우 교육부 차관과 영남제분 유원기 회장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기우 차관이 7일 기자들에게 이번 골프모임의 배경에 대해 설명까지 하고 나서면서, 이 차관의 전력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함께 커지고 있다. '이기우'는 누구인가?
***대학 대신 9급 공무원을 택한 청년의 성공신화**
"9급 공무원, 신화를 꿈꾸다."
올해 1월 31일 차관급 인사 발령이 난 뒤에 발행된 한 시사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고위직에 진출한 이들을 다룬 이 기사가 초점을 맞춘 인물이 바로 이기우 차관이다.
이 차관은 1967년 경남 교육청 행정서기보(9급)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진학 대신 공무원 취직을 택했다.
교육행정 조직은 '진주교대 마피아', '서울사대 마피아' 등의 표현에서 드러나듯 복잡한 인맥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고 졸업의 학력으로 출발한 이 차관은 이 양대 마피아와 학연으로 직접 얽혀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는 진주교대 마피아의 좌장 노릇을 했다. 그의 탁월한 친화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교육부 내의 대표적인 '마당발 관료'로 알려져 있다.
***이 총리와의 인연**
마당발 인맥과 꼼꼼한 일처리 능력 등 관료로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두루 갖춘 그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은 이해찬 총리와의 만남이었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되면서 이 총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해 3월 교육부 장관에 부임한 이 총리는 당시 교육환경개선국장 직에 있던 이 차관의 꼼꼼한 일 처리에 매료된다. 그는 특히 교원정년 단축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잘 처리해 이 총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 총리가 이 차관을 가리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공무원"이라고 극찬했다는 일화가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다.
***마당발에 날개를 달다**
이듬해 이 총리는 교육부 장관에서 물러나면서 이 차관을 교육부의 핵심 보직인 기획관리실장으로 내정했다. 이 총리가 본격적으로 이 차관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마당발에 날개가 달린 셈이기도 했다.
이 차관은 3년 반 동안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뒤 교육부를 떠나 교원공제회 이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 총리가 취임하면서 이 차관은 다시 행정부로 들어왔다. 2004년 7월 이 총리는 이 차관을 총리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올해 1월 총리 비서실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한 데에도 이 총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그가 차관이 된 뒤에도 이 총리를 모시는 태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심지어 이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된 뒤에도 총리 비서실장의 업무(현재 공석 중)를 챙긴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제로 이 차관은 이 총리의 개인일정, 특히 민간인과 만나는 일정이나 골프 일정을 잡는 데까지 일일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맥관리를 통해 이룬 성공의 한계**
하지만 이번 이 총리의 골프파문으로 인해 그동안 승승장구해 온 이 차관의 앞길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에게 관료로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동앗줄이었던 이 총리와의 인연이 거꾸로 올가미가 된 상황이다. 교육관료로서 해야 할 고유한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정치적 인맥관리 덕분에 이루어진 성공신화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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