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간으로 3월6일 오전에 열릴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맨 마지막에 발표되는 작품상 부문. 후보로 오른 작품은 <브로크백 마운틴>, <카포티>, <굿 나잇 앤 굿 럭>, <뮌헨>, <크래쉬> 등 다섯 편이다. 상은 제작자에게 돌아간다. 이들 영화의 제작사는 각각 포커스 피쳐스, 소니 픽쳐스 클래식, 워너 인디펜던트, 또 다시 포커스 피쳐스, 그리고 라이언스 게이트 등이다. 겉으로만 보면 모두 독립영화사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독립영화의 탈을 쓴 메이저 영화사'들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들은 현재 미 영화계에서 메이저 영화사들와 독립제작사들의 결합이 얼마나 광범위하며 뿌리깊게 이뤄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 뿌리는 메이저, 가지는 인디펜던트 <브로크백 마운틴>과 <뮌헨>을 제작한 포커스 피쳐스는 대기업인 NBC 유니버설의 자회사. <굿 나잇 앤 굿 럭>의 워너 인디펜던트는 모기업이 타임워너이며, <카포티>의 소니 픽쳐스 클래식은 소니 픽쳐스 계열이다.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5편의 후보작들 중 인디펜던트 DNA를 가진 유일한 제작사"는 <크래쉬>의 라이언스 게이트 한 곳뿐이다.
유니버설 픽쳐스의 한 관계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 브로크백 마운틴, 크래쉬 등의 작품들이 영화계에서 제작될 수 있는 풍토가 된 것이 행복하다"고 말하면서도,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경향만 보고 아카데미 또는 미 영화계가 달라졌다고 믿는 것은 너무 성급한 발상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올해는 아카데미가 좋아할만한 알찬 대작 영화가 나오지 않았으며, 내년에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작품상 후보작 5편 중 '유일한' 독립영화인 <크래쉬>의 라이언스 게이트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대형 독립영화사로 꼽히는 라이언스 게이트는 로스앤젤레스의 인종갈등을 다룬 330만 달러짜리 <크래쉬> 한 편으로 미국 내에서만 1억2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알짜배기 성과를 이룩해 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와 <쏘우 1,2>도 라이언스 게이트의 작품. 특히 저예산 공포영화인 <쏘우>는 한때 업계에서 아무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언스 게이트는 최근 잇단 흥행 성공으로 CBS,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워너 브러더스 등 메이저 영화사들로부터 자회사로 들어오라는 프로포즈를 잇달아 받고 있다고 한다. 라이언스 게이트의 제작책임자인 존 펠트하이머는 한 인터뷰에서 "메이저 영화사들이 이리로 가면 우리는 저리로 가는 전형적인 지그재그 전략으로 니치마켓을 개발했다"고 성공 요인을 밝혔다. 특히 과다한 개런티 지급을 지양하고, 성공에 들떠서 예술적 야심을 실현하겠다며 과욕을 부리는 것을 철저하게 자제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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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프레시안무비 |
한편 <크래쉬>를 둘러싼 논쟁이 아카데미를 앞두고 새삼 가열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안고 있는 인종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정작 흑인사회 일각에서는 실제보다 과장됨으로써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한 흑인운동가는 "영화가 인종 간의 갈등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고, 필리핀계 한 학자는 "LA폭동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흑인, 동양인, 라틴계, 백인들이 기울이고 노력과 달리 영화는 실제와 전혀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독립영화들이 대거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예년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상자들의 정치, 사회 발언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시상식 진행을 맡게된 존 스튜어트 역시 코미디 뉴스쇼를 통해 시사풍자 코미디의 달인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인물이란 점 때문에 예년의 사회자들보다도 훨씬 더 아슬아슬한 말솜씨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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