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는 27일 통일운동가 고(故) 늦봄 문익환 목사의 뜻을 이어받는 '늦봄 문익환 학교'를 오는 3월 4일 전남 강진에서 개교한다고 밝혔다.
늦봄평화교육사업회는 지난해 3월 문익환 목사의 유가족과 광주·전남 지역의 진보적 시민들과 종교인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고 문익환 목사가 생전에 추구하던 생명과 영성, 자율과 공동체의 지향이 다음 세대에서는 보다 친숙한 가치로 자리잡기를 염원해 왔다. 이런 염원이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 고민이 대안학교 설립으로 나아간 것은 자연스런 과정이었다.
'늦봄 문익환 학교'는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단 비인가 중고 통합형 대안학교로 출발하지만, 대안학교 관련 법 시행령이 대안학교의 자율성·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면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학교로 전환될 것이라고 늦봄평화교육사업회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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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체적인 배움**
이 학교에서는 30명의 학생들이 전일제로 배우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기숙사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농촌을 학습과 생활의 현장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면서 실개천의 생태적 복원, 오폐수에 대한 자연적 정화, 빗물의 재활용 시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및 난방시설, 생태화장실 등의 시도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몸에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기존 공교육의 학년 체계와 달리 중학과정 2년, 고교과정 2년, 자아실현(진로 및 진학 지도)과정 2년으로 짜여졌다. 간디학교, 풀무학교, 성미산학교 등 기존 대안학교들의 성과를 이어받아 다양한 체험활동과 자기선택 수업(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이 마련됐다.
학교 설립을 위한 실무기획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박현 목사는 이와 같은 교육과정을 마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공교육의 문제점은 아이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부모와 교사들이 이끄는대로 살아가게 한다는 데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턴십 과정을 통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스스로 파악하도록 하고, 자기선택 수업을 통해 주체적인 학습을 하게 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렇게 주체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문익환 목사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같은 꿈을 꾸는 학교 구성원**
박 목사는 교회를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태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다가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시종 자신만만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늦봄 문익환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열정을 믿기 때문이다.
'늦봄 문익환 학교'는 학생을 모집하기에 앞서 학부모와의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바른 교육은 학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 까닭이다. 따라서 학부모가 이 학교가 지향하는 생태와 평화의 가치에 동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현재 30여 명 정도로 구성된 교사진 역시 이같은 가치에 동의한다. 농촌공동체 생활을 통해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익히는 학교가 세워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다양한 경력의 교사들이 찾아와 교사진을 구성하게 됐다고 박 목사는 설명했다.
학교 근처에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곳이다. 그곳에서 다산은 자신의 저작 대부분을 집필했다. 시대와 백성을 향한 다산의 고뇌가 깃든 터가 이제 생태와 평화를 향한 교육의 열정이 펼쳐질 장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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