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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트로피 사세요"

[할리우드 통신] 오스카 트로피 경매붐

이라크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 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진보파인 여배우 수전 서랜든이 <데드맨 워킹>(1996년 수상)으로 받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판매하려다 미국 영화과학아카데미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었다. 서랜든은 트로피를 경매에 붙여서 얻은 수익으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구호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아카데미는 오스카 트로피를 감히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서랜든의 발상을 맹비난했고, 서랜든은 ″한번 준 트로피를 가지고 왜 아카데미가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보수적인 아카데미를 신랄하게 성토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결국 아카데미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1950년부터 아카데미는 시상식이 끝나는 즉시, 수상자들에게 "상업적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받고 트로피를 내주고 있다. 이를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 아카데미는 트로피를 몰수하거나,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다.
데드맨 워킹 ⓒ프레시안무비
그러나 오스카 트로피가 미국 경매시장에서 매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비밀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물론 경매에 나온 오스카 트로피의 대부분은 인수서약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1950년 이전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오스카 트로피도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하고 있다. 뉴욕의 경매회사인 린랜드의 조시 에반스 대표는 "영화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트로피에 대해서는 많은 돈을 내고라도 사겠다는 구매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스카 트로피 경매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1990년대 중반쯤 <카사블랑카>(1944년 수상)의 마이클 커티스 감독이 받은 아카데미 감독상 트로피를 25만 달러를 내고 구입했다. 카퍼필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고전영화들은 내 마술의 영감이 돼 왔으며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오스카 트로피 역시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도 1990년대 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40년 수상)의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무려 154만 달러를 내고 경매 낙찰한 적이 있다.
카사블랑카 ⓒ프레시안무비
경매시장에 나온 오스카 트로피의 대부분은 수상자들의 유가족이 내놓은 것들이다. 트로피를 처분해 경제적 수익을 얻으려는 유가족들과 아카데미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판매를 막으려는 아카데미 간의 갈등이 치열한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된 경우도 여러 차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시민 케인>(1942년 수상)의 오손 웰즈 감독의 딸 베아트리스와 아카데미간의 8년에 걸친 소송. 베아트리스 웰즈는 10여년 전부터 동물구호기금 조성을 위해 아버지가 남긴 <시민 케인> 아카데미 각본상 트로피와 평생공로상 트로피의 처분을 희망해 왔다. 아카데미와의 오랜 싸움 끝에 법원으로부터 2년 전 겨우 승소판결을 얻어낸 그는 현재 아버지의 오스카 트로피 2개에 대한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 트로피의 가격이 최소 15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디 갈란드의 세번째 남편인 시드 러프트 역시 갈란드가 <오즈의 마법사>(1940년 수상)로 받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매물로 내놓기 위해 아카데미와 소송전을 치러야 했다.
시민 케인 ⓒ프레시안무비
오즈의 마법사 ⓒ프레시안무비
지금까지 오스카 경매사상, 수상자 본인이 트로피를 판 경우는 지난 1946년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7년 수상)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해럴드 러셀의 경우가 유일하다. 이 영화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팔 한 쪽을 잃은 상이군인 역을 맡았던 그는 "아내의 병원치료비가 필요하다"며 오스카 트로피를 경매에 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에서는 오스카 트로피 경매 바람에 양분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수전 서랜든 같은 진보적인 배우들은 트로피 판매 문제는 수상자 본인이 결정할 문제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수상자의 유가족들은 트로피의 판매를 가로막고 있는 보수적인 아카데미를 거의 '악의 제국'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베티 데이비스의 전 비서인 캐시 서매크가 몇 해 전 <지저벨>(1939년 수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경매 처분한 적이 있었다. 데이비스의 한 오랜 친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베티는 자신을 위해 오랫동안 일했던 캐시에게 <지저벨> 트로피를 선물로 줬다"면서 "내가 아는 한 베티는 캐시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 트로피를 팔아 돈을 마련하라고 기꺼이 허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 케빈 스페이시 등 일부 영화인들은 오스카 트로피가 경매시장에 나돌아다니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스필버그는 베티 데이비스의 <지저벨>(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15만7800만 달러, 클라크 게이블의 <어느날 밤에 생긴 일>(1935년 수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60만7500달러에 자비로 구입해 아카데미에 기증한 적이 있다. 한편, 카퍼필드는 "오스카 경매를 상업주의로 맹비난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대해 "아카데미가 과연 누구더러 상업주의를 비난할 수 있는 처지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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