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위한 유럽 최고의 국제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미국이 테러용의자들을 유럽 내의 제3국으로 이송해 고문했으며, 유럽의 해당국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잠정 보고서를 발표해 앞으로 미국정부와 해당 유럽국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워싱턴 포스트〉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유럽으로 보내 고문을 자행했으며 유럽내에 관타나모와 같은 비밀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부시행정부와 해당 유럽국가들은 이를 부인했었다.
***유럽평의회 조사단장 "'고문의 외주' 시스템 입증"**
유럽평의회 조사단장인 딕 마티 스위스 상원의원은 유럽평의회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그간의 조사 내용을 보고하면서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이송과 '고문의 외주(outsourcing of torture)' 시스템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일관되고 집중된 증거들이 많다"고 주장했다고〈로이터〉가 24일 보도했다.
마티 단장은 "테러 용의자들은 납치돼 어떤 법적 절차 없이 그들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불명예스러운 대우와 고문으로 고통당해 온 것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략 100여 명의 사람들이 피구금자들을 유럽의 제3국으로 이송시키는 데 연루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어 테러용의자의 제3국 이송에는 유럽 항공기들이 이용됐다며 "유럽 정부나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유럽 정부들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미국의 포로 이송과 학대 행위에 유럽평의회 회원국이 개입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이같은 불법 행위에 대해 눈을 감은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마티 단장은 그러나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와 같은 비밀수용소가 유럽에도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CIA는 그동안 루마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에 비밀수용소를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으나, 미국 정부와 유럽 국가들은 비밀수용소 의혹에 대해 부인해 왔다.
유럽내 비밀수용소 의혹을 조사중인 유럽평의회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호 등을 목적으로 1949년 설립된 유럽 국가간기구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46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유럽평의회는 유럽 각국 정부에게 비밀수용소 관련 모든 정보를 2월 21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프랑코 프라티니 유럽연합(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비밀수용소 의혹과 관련된 이번 조사가 아직 진행중이라 결론을 내리기는 다소 이르지만, EU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유럽평의회의 이번 발표에 대해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CIA의 비밀수용소 운영이 최초로 불거진 이후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미국은 불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전부였다.
***고문으로 인한 포로 사망 실무자 벌금 및 근신이면 충분하다?**
한편, 최근 이라크 포로수용소의 고문ㆍ학대와 관련된 한 미군 준위에 대한 군사재판정이 혐의에 비해 작은 징계를 선고하는 데 그쳐 논란이 되고 있다.
포로수용소 고문ㆍ학대에 관련돼 기소된 최고위 관리인 루이스 웰소퍼 미군 상급 준위가 한 이라크 장군을 과실치사한 혐의로 6000달러의 벌금과 60일간의 부대 근신을 명령받았다고 〈AFP〉가 24일 보도했다.
미군에 의해 사담 후세인의 최측근이며 저항세력의 지도자 혐의를 받아온 이라크 장군 아베드 하메드 모우허시는 시리아 국경 근처의 알 안바르 지방에 있는 수용소에서 2003년 고문으로 사망했다.
웰소퍼는 지난 21일 재판장에서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자신의 행동이 그렇게 극악무도한 짓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웰소퍼 준위가 침낭을 통한 고문을 못하도록 하고 있는 미군의 심문 규정을 알고도 무시했다며 2년의 징역과 불명예스러운 전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벌금과 근신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침으로써 웰소퍼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판은 포로 학대 문제에 대한 미군 당국의 인식 수준을 잘 드러내준다.
미군 수감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퍼스트'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래로 100여명의 테러용의자들이 수용소에서 사망했으며, 그들 중 27명은 군인에 의한 살인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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