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꼬투리를 잡아도 이런 것을 잡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공격 이야기이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당한 교사들을 전교조에서 쫓아내지 않으면, 전교조에 노조 설립 신고를 취소시키겠다고 했다는 기사를 봤다. 웬일로 한동안 잠잠하다 했는데, 역시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학생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상황이 별로 달갑지는 않다. 딱 봐도 박근혜 정부가 되지도 않는 명분을 들이밀면서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해 오던 전교조를 위협하려는 속셈인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교조라고 해서 딱히 학생들 편이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을 내는 것이나, 일제고사를 계속하는 것이나, 역사 교과서 논란 등 박근혜 정부가 하는 일을 보자니, 정부가 마음대로 교육 정책을 주무르면 대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만약 전교조가 박근혜 정부의 요구대로 해직자들을 내쫓기로 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것은 교육을 바꾸고 단체를 살리겠다고 열심히 활동한 사람을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제고사 반대, 사학재단 비리 고발 따위로 인해 해직된 교사들을, 단체를 살리자고 쫓아낸다면 그게 과연 노동조합일까? 그러면서 교단에서 참교육이나 민주주의, 인권, 정의를 말한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 될 것이다. 예컨대 학교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부당하게 퇴학을 당했는데 '그 학생은 더는 학교 학생이 아니니 그 학생 편을 들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내가 아는 바로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편에서 노동자들이 권익을 지키기 위한 곳이고, 적어도 부당 해고자들을 책임지려 하는 곳이다.
▲ 지난 2008년 학생과 학부모의 일제고사 거부 의사를 존중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던 김윤주 교사가 아이들과 헤어지는 장면. 대법원은 2011년 3월, 해직 교사들의 편을 들었고 김윤주 교사 등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복직됐다. 현재 전교조에 가입돼 있는 해직 교사들 상당수는 상문고(영화 <두사부일체>의 배경이 된 학교) 등 사립학교 비리 투쟁 등을 벌이다 해직됐다. ⓒ프레시안 |
게다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박근혜 정부가 이번 한 번만 꼬투리를 잡고 끝날 리는 없다. 적당히 넘어가다 보면 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전교조를 공격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교육을 비판하고 바꾸려고 하는 모든 사람을 걸고넘어질 것이다. 만에 하나 박근혜 정부가 교육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여럿 더 해고하는 상황이 닥치면 어쩔 것인가. 그러다가 아무도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공격을 좋게 봐줄 수가 없는 이유다.
전교조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옳지 않은 것이더라도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교육, 경쟁과 차별로 이루어진 교육을 바꿔보겠다고 하는 것은, 원래 그다지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그런 교육 속에서 말만이라도 '참교육'을 이야기하는 전교조의 취지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원칙을 이야기하고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와 교육에 조금이라도 변화의 희망이 있는 것이다. 만일 전교조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교육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한 학생으로서는 참 실망스러울 것 같다.
이번 전교조 사태는 비단 교사들만의 문제로 끝날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교육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일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대하는 태도로부터, 앞으로 정부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를 짐작하게 된다. 또한, 정부가 교육 정책을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학생들에게 더 나쁜 교육이 펼쳐질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다. 여러 국제기구들이 전교조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라고 의견을 보냈다. 한국 정부가 그럼에도 인권을 무시하고, 또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탄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번 믿어보고 싶다. 내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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