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교수는 우선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한중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데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 패턴대로라면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한중관계도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북관계는 악화됐지만 한중관계는 가까워졌다. 의미 있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는데도 불구하고 한중관계가 강화되는 이유에 대해 진 교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현재 동북아에서 모든 문제를 압도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중 관계가 이전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핵이 중국 국가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됐다. 한미, 미·일 동맹이 전례 없이 강화됐고, 미국은 자국의 최신 무기들을 중국의 눈앞에서 선보였다"며 "미국이 중국을 포위 견제하는 전략을 펼치면서도 중국 주변에서 직접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지역이 한반도다. 북핵이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교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변화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해결의 결정적 키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나서도 미국이 아니라고 하면 얼마든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며 9.19 공동성명 직후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사태를 예로 들었다.
진 교수는 "미국이 진정성을 갖지 못하면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변하지 않기에 중국이 변하고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다. 미국이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여기에 한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접 당사자로서 한국이 얼마든지 미국을 설득할 수 있고, 또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7월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 교수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프레시안 편집위원 간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편집자>
▲ 진징이(왼쪽)북경대 교수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프레시안 편집위원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6월 말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총괄적으로 평가해본다면?
진징이 : 잘 된 회담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모두 준비된 회담이었고 기대도 높았다. 한중관계가 사회, 정치, 외교, 경제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격상한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미래 20년 비전을 제기했다는 측면에서 중국 측에서 높이 평가한다.
지난 대통령들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내실 있고 깊이 있는 관계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에서 보자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중관계가 껄끄러운 면이 많았다. 이번에 양국 모두 이러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했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한중관계를 좋은 쪽으로 떠민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예전 패턴대로라면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한중관계도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북관계는 악화됐지만 한중관계는 가까워졌다. 의미 있는 지점이다. 양국 매체들이 한결같이 우호 분위기를 띄우고 한중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한중관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으로도 갈등은 계속 겪게 될 것이다. 그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7월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당시 방중 전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한미전략동맹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이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낡은 유물'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방중 전에 미국에 가서 전략동맹을 재확인하고 미국의 재균형 정책을 환영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내 언론에서도 한미관계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보나?
진징이 : 평시에도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그것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진 않았다. 사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 관련 발언도 했고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기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우려는 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껄끄러운 문제들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았다. 한중관계 개선이 더 큰 과제인 면도 있고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미동맹에 대한 한중간 구조적 갈등이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직전에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됐는데, 박근혜-시진핑 두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진징이 :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남북관계는 둘 다 유엔에 가입한 국가라고는 하지만 사실 특수한 관계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도 남북관계의 갈등 속에서 빚어진 것이고 한국 국내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나오게 된 사건이다. 한중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비핵화에 대한 한중의 인식 차이
프레시안 : 한국 정부나 언론에서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양국 정부의 이견을 해소됐다는 것을 꼽고 있다. 특히 중국도 북핵 불용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그러한 표현을 사용 안했다. 한국은 '북핵 불용,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 양측이 선호하는 이러한 표현의 차이에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내재되어 있는 것인가?
진징이 :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남북의 특수한 관계와 중·북 관계 등을 비춰봤을 때 표현상 북한을 의식한 것이지만 사실상 북핵을 이야기한 것이다. 중국은 북핵 불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 한국과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과 같은 생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
프레시안 :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진징이 :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남한의 핵 개발 가능성과 남한에서의 미국의 핵무기를 함께 취급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미국 핵무기도 한반도에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남한이 핵 개발을 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남한에 들여오는 것은 중국 역시 반대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시점에서 압도적인 문제는 북핵이다. 북핵을 비켜나가면 핵심이 흐려질 수 있다. 같은 한반도 비핵화지만 중국과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에는 강조점이 다른 차이가 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 방중 전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 고위층과 접촉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미국 핵우산의 철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미국 핵우산의 철수에 대해 중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진징이 : 현실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은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막는 효과도 있지만 남한의 핵개발을 막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핵우산 철수와 핵무기 철수는 다른 개념이다. 핵무기 철수라면 남한에 있는 미국의 핵무기를 철수하는 문제일 것이고 핵우산 철수라면 결국은 남한에 대한 미국의 보호를 철수하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도 이런 시각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이 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계관은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과 한반도 주요 현안에 관해 전략대화를 갖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 ⓒAP=연합뉴스 |
프레시안 : 앞으로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가 진행될 경우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이야기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사이에 개념과 목표의 차이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입장 조율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진징이 : 미국의 핵무기가 다시 남한에 들어와서 그것이 북한에 위협이 된다고 하면 미국 핵무기 철수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것과 북핵이 어느 쪽이 현실적으로 더 위협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북핵이 모든 것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우선 순위는 북핵 해결이다.
북핵과 평화체제, 동전의 양면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 공동성명에도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그냥 지나가도 좋은 문제인가?
진징이 : 중국은 이제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평화체제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한국도, 미국도 그렇다. 그래서 정전체제와 평화체제가 부각되지 않은 것이다. 현 상황은 북핵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핵이 있으면 모든 것이 어렵다는 분위기이다. 평화협정도 그렇다.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평화를 담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을 그대로 두고 평화협정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은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중국까지도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을 강조한다면 북한의 입지가 좁아질 측면도 예상해볼 수 있나?
진징이 : 북핵과 평화체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북핵을 해결 못하면 평화체제로 갈 수 없다. 반대로 평화체제를 이뤘다는 것은 이미 북핵이 해결됐다는 뜻이다. 북핵을 해결한 뒤 가야 할 길이 평화체제니까.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이지 평화협정을 뒤로 미루자는 뜻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이라는 뜻은 북핵과 평화협정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동시적으로 논의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 다르게 주장하는 선후차이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을 같은 개념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현재 평화협정만 해결되면 북핵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주장하는데,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평화체제의 일부분이지 체제 자체가 아니다.
프레시안 : 6자회담의 틀이 좀 복잡하다. 6자회담도 있고, 5개의 실무그룹도 있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 당사국들이 열기로 한 별도의 포럼도 있다. 이것을 한반도 평화포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남·북·미 3자로 할 것인지, 중국까지 포함한 4자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중국의 입장은 정해진 것인가?
진징이 : 한반도 평화포럼이라고 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비켜나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1990년대 한중 수교 이후 중·북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북한이 중국 참여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상호관계 여부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중국의 이 지역에서의 역할이나 지위를 봐도 그렇고 평화협정 논의에 중국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의하기도 했고, 최근 발언을 봐도 강도가 높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진징이 :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한국과 미국이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기대를 자꾸 표현하고 강조하는 측면이다. 한국의 매체들 보면 거의 다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면서 초점을 "변화"에 맞추고 있다. 어찌 보면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북 관계에 변화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변화가 아닌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힘을 실어준 계기가 됐다. 한미, 미·일 동맹이 전례 없이 강화됐고, 미국은 자국의 최신 무기들을 중국의 눈앞에서 선보였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 견제하는 전략을 펼치면서도 중국 주변에서 직접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지역이 한반도다. 북핵이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북핵이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결정적인 것은 국가이익에 의한 판단이다.
프레시안 :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미국의 군사력 및 동맹 강화, 아시아로의 이동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중국 입장이 변했다는 것인가?
진징이 : 그렇다. 원래 미·중이 한반도 문제에서 전략적 갈등이 있는데 이번에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은 북핵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 미·중이 앞으로 확실한 공조관계로 갈 수 있을까, 그것은 우선 북한에 달렸다.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으로 가면 중국과 미국은 공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마지노선을 넘을 경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위협으로 다가설 수 있다. 그 위협은 북핵이 이 지역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데서 올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멈추고 대화로 나오면 미·중 간 온도 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 필요 없이 제재, 압력을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중요시한다. 이것은 전략적 차이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도 제재와 압력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미국이 계속 북핵을 동아시아 전략에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자제하고 현명하게 해주면 좋은데 그렇게 안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배경을 두고 지난해 12월 광명성 3호 발사했을 때 중국이 안보리 제재 결의를 찬성해서 이에 대해 북한이 격렬히 반발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중국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나?
진징이 : 중국 내부에도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 하나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제재 결의를 할 때, 중국이 찬성한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각이다. 다른 한 시각은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하지 않았으면 인공위성 발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핵무기 개발에 맞추어 인공위성발사를 하는 것은 결국 핵무기 운송수단에 대한 실험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인공위성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핵무기 개발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으로 대응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의 병진노선에 대해
프레시안 : 김정은 정권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들고 나왔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이 노선에 대해 평가해달라.
진징이 :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내정간섭으로 보며 크게 반발했다. 북한의 병진노선의 성공 여부와 관련된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면서 경제발전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물론 전 세계에서 북한의 핵개발에 전혀 개의치 않고 북한과 경제무역관계를 발전시킨다면 북한의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무기 개발을 공공연히 선언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할 수 있다. 스스로 국제사회와의 문을 닫아걸고 경제발전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레시안 : 예전에 북한이 60년대 김일성 때 병진노선을 채택했는데 당시에는 중공업과 국방건설이었다. 그때는 주로 국방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핵을 개발했으니 경제발전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이번의 병진노선 차이는 무엇인가? 북한 나름대로 이 노선을 채택하기까지 대내외 관계, 다른 나라의 사례, 자신들의 과거 경험 등을 분석해서 내놓았을 텐데.
진징이 : 가장 중요한 차이는 냉전 시기와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 국제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냉전 시기 북한의 국제관계는 소련을 필두로 한 세계 절반의 진영과 아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국제관계의 문이 열려있었던 것이다. 북한이 1950~60년대 경제발전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자력갱생보다는 이러한 국제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공업과 국방건설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북한이 처한 것은 그때와 완연히 다른 국제 배경이다. 냉전이 종식된 후 사회주의 시장이 사라졌고 핵을 가짐으로써 제반 국제사회와 담을 쌓고 있다. 과거처럼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만약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북핵은 너무 많이 나갔다.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이슈화됐다. 중국까지 나서서 북핵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핵을 무시하고 북한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런 취지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핵실험 때와는 시대가 다르기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중국,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싶어 하나
프레시안 : 다시 정전 60주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한반도 정전체제가 60년 동안 유지되어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히 북한 전문가로서 정전체제가 북한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진징이 : 정전체제는 전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체제다. 이 체제를 60년 동안 지속해 온 것은 남북대결만이 아니다. 이 체제를 필요로 하는 국제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냉전시기 이 체제는 사실상 미·소 냉전구도의 한 부분으로 냉전시기의 소극적 평화, 즉 전쟁을 억지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렇지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사실상 이 체제는 무력화된 것이 많다. 오늘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단순히 정전체제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냉전이 종식된 후 남북관계, 국제관계 여러 측면에서 합의된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정전협정이라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의 상징이다. 그것이 평화협정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에서 안보 문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북한이 평화협정을 강조하는 측면에는 정전체제가 불안해서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이 북·미 관계개선과 연동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이 북핵을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두었듯이 평화협정체결 역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는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 : 중국 역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보나?
진징이 :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평화체제로 고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환하는 과정이 현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루어지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 충돌 등의 고민이 해소되기 때문에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는 것을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중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대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한반도에서의 현 상황을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북·미 적대관계를 평화적 관계로 바꾸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내용으로 보는 것 같다. 한국은 주한미군 문제가 걸려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과정 속에 주한미군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나?
진징이 :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은 냉전 구도의 산물이라고 본다. 냉전 구도를 해체하고 미군이 철수돼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달성된다면 철수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철수 이후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 역시 기존 질서를 타파하는 것이다. 기존 질서를 타파하면서 생기는 갈등과 충돌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1948년 12월에 소련 군대가 철수하고 이듬해 6월에 미군이 철수하면서 한반도는 그 공백을 남북의 무력충돌로 메웠다. 그때부터 6.25전쟁까지 1년 반 동안 매일 평균 두 차례의 무력충돌이 3.8선에서 이루어졌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기존 질서가 타파되면서 생긴 무력충돌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충분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진징이 북경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진징이 : 일각에서는 '남한 주도의 통일을 중국이 지지한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의한 통일을 이야기했지만 중국과는 그런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의 "자주평화통일"을 강조했다. 한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주를 강조하는 것은 통일과정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기 보다는 한반도의 주인공은 남과 북이라는 중국의 일관된 주장을 담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입장을 정리하면 "한반도의 사무는 한반도의 주인인 남과 북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이고 외적 요소가 왈가불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이 화해협력을 통해 통일하겠다고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없다. 미국도 중국도 남북이 통일하겠다고 하면 결과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보다 중국의 국가이익 침해하는 요인
프레시안 : 북한의 핵실험이 다시 반복되고 미사일 능력도 증강되면, 미국의 접근법은 중국의 이해관계를 흔들어보겠다는 것 아닌가? 북한이 계속 핵무장을 하면 중국은 한미 주도의 통일보다 북한의 핵을 더 위협적으로 느끼게 될까?
진징이 : 북한의 핵무장은 현재 진행형이고 이른바 한미주도의 통일은 가설이다. 현실은 북핵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한다고 하면 중·북 관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뀔 수 있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김정은과 시진핑의 새로운 체제가 전혀 교감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가면 결국 중국과 함께 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북한은 지금 대화 국면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최악의 사태로는 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의 핵무장이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징이 :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시대는 지역경제 블록화가 세계 모든 곳에서 추세로 되어가고 있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자유무역지대 설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시점에 유독 세계에서 가장 큰 경쟁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동북아만 요지부동이다. 그 근원은 한반도 냉전구도에 의해 파생되는 불안정에 있다. 그 핵심에 북핵도 있다. 북핵은 사실상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해 불거져 온 면이 있기에 역설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면 일본의 군국주의화에도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북핵 자체보다 북핵이 가져올 파장이 결국 중국을 계속 곤혹에 빠뜨리면서 중국의 꿈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국이 핵을 가졌을 때 대(對)소련 자주성으로 인식한 측면도 있었다고 본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도 핵무기를 가짐으로써 중국에 대한 과도한 종속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도 깔려있는 것 아닌가?
진징이 : 북한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위에서도 밝혔듯이 시대가 달라졌다. 중국이 60년대 핵실험을 했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핵을 갖고 대국들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계속 내비쳤다. 북한은 어느 대국도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한 적이 없었고 북한도 필요 없다고 한다. 특정하게 중국을 지정했다기 보다도 강대국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이제는 대국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핵을 갖고 있어야 안전이 담보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북한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특이하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견제하는,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을 이웃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쉽게 무력행사를 할 수 없다. 북한도 남한과 미국이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프레시안 : 현재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대화의 조건을 갖고 관련국들이 신경전도 벌이고 있는데, 곧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보나?
진징이 :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미국이 변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미국은 해결하려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2.29 합의를 깬 것으로 굉장히 화가 났다고 한다. 오바마 1기 4년에 꿈쩍하지 않았던 미국이다. 하지만 2.29 합의 과정을 봤을 때 과연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도발-대화-보상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는데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미국이 즐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적당하게 대화로 나가고 적당하게 보상하는 방법으로, 적당하게 북한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20년간 속을 바보스러운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면 2.29 합의도 하지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 결국 도발-대화-보상의 악순환은 미국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은 악마화되고 미국은 정의로운 화신으로 되어 왔다. 미국이 진정성을 갖고 북핵을 해결하겠다고 하면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다. 지금 북핵은 최고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한반도 문제에서 북핵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으로 변했다. 북핵만 해결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듯한 그런 가치를 갖게 됐다. 지금 팔게 되면 가장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새로운 비전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북핵을 자신들의 계획에 활용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라는 이야기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서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개선, 경제제재 철회 등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나서면 이는 곧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북한에 다가오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렇게 나오면 과연 모든 것이 일거에 풀릴 수 있을까? 결정적 키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나서도 미국이 아니라고 하면 얼마든지 다시 후퇴할 수 있다. 9.19 공동성명 이후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가 그랬다. 미국이 진정성을 갖지 못하면 북핵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한중 협력이 북한에 대한 변화만 촉구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변화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그러한 측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남북화해협력에 미국의 협조를 부탁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압력과 제재 이야기만 나누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미국에 이러한 요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미국에 협조를 구하는 말이나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말을 한마디 했어도 북한이 박 대통령에게 갖는 신뢰도가 올라갔을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변한다고 해도 북핵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미국이 변하지 않기에 중국이 변하고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 논리이다. 미국이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한국은 직접 당사자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다. 얼마든지 미국을 설득할 수 있고 또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진징이 북경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중국이 미국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지 않나?
진징이 : 북한이 현재 방식을 고집해서는 중국도 한국도 미국을 설득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적어도 남한과 중국에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북핵으로 한중관계, 중·미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랬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으니까 한중, 중·미 관계가 밀착되는 역설적인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북한은 이제 핵포기를 선언하고 국면을 역전시켜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북한도 지난 20년 동안 미국과 핵 협상을 했다. 다양한 정권도 만나봤고. 결국 북한은 미국이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용의가 없다는 결론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조만간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다시 위기수준을 높이는 행태들이 반복되지 않을까?
진징이 : 올해 봄의 위기는 한국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였다.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순한 물리적 에너지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다시 위기가 조성되려면 지난 위기를 초월해야 효력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면 더욱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돼야 한다는 뜻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증명하다시피 지난 패턴으로는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프레시안 : 미국 내에서 하나의 변곡점이랄까, 중대한 변수로 꼽은 것이 북한이 5년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어느새 후년으로 다가오는데, 북한이 ICBM을 갖게 된다면 미국의 전략적 판단을 뒤흔들 것이라고 보나? 올해는 북한이 말로만 했다면, 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ICBM 능력인데, 이럴 경우 북한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진징이 : 일단 ICBM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인공위성 발사시험으로 대기권 진입기술은 증명됐지만 대기권 재진입기술은 입증되지 않았다. 설혹 그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미국이 그것을 자신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위협으로 생각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강조하는 위협이 진실에 가까운 위협인지, 아니면 다른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끝으로 정전 60주년 맞이해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진징이 : 한국전쟁은 오늘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전쟁, 진행 중인 전쟁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전쟁이다. 그런데 전쟁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그 기원은 굉장히 복잡한 것이다. 미국과 소련, 남과 북을 비롯해 여러 내외 요소들이 상호 작용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전쟁분위기를 만들어 간 측면이 없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1949년 1월부터 1950년 6.25전쟁까지 1년 반 동안 3.8선에서의 남과 북의 무력충돌은 하루 평균 2차례나 일어났다. 그것도 때로는 인민군이 남한의 고지를 점령, 때로는 남한의 국방군이 북한의 촌락을 점령하는 식으로 대규모의 무력충돌도 잇따랐다.
그래도 미·소를 포함해 어느 나라도, 어떠한 국제기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중재하지 않았다. 전쟁에 대한 인식은 그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60년 전의 전쟁으로 오늘의 증오만 키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전쟁이 낳은 증오를 치유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초월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직까지 진행 중인 이 전쟁을 진정으로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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