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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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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기

[한윤수의 '오랑캐꽃']<380>

이번에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당했다.
국제사기에!

1년 계약인 줄 알고 왔는데
와보니 3년이란다.
3년 동안 꼼짝도 못한단다.
눈앞이 캄캄하다.

한 공장에서 3년 동안 꼼짝도 못한다면,
2007년에 폐기된, 악명 높은 산업연수제보다도 퇴보한 거다.
산업연수제 하에서도 2년 일하면 다른 공장에 갈 수 있었는데!

역사의 아이러니다.
참 희한하기도 하지.
왜 국내외에서 칭찬 받던 고용허가제가 악랄한 산업연수제보다도 나빠졌을까?
지나치게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권이 <3년 계약>도 가능하도록 *규정 하나를 신설하고,
"그까짓 외국인 노동자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지!"라는 듯이,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고용허가제의 핵심조항을 철폐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없애려고 만든 것이었는데!

하지만 외국인들이 바보가 아닐진대 3년 계약을 어찌 받아들이겠나.
죽어도 안 되니까, 속여서 낚으려 하는 거고, 혼자서는 못 낚으니, 송출국과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만든 거다.
그래서 '국제사기'라 부르는 것이렷다!

그럼 이 국제적인 야바위를 다시 한 번 보겠다.

1. 한국 사장이 한국 노동부에 베트남 노동자를 3년짜리로 구해달라고 신청한다.

2. 한국 노동부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베트남으로 보낸다.
(단, 근로계약기간은 공란으로 비워둔다. 그래야 계약기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적어도 베트남 말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사진1 참조)

3. 베트남 노동자가 묻는다. "1년 계약 맞죠?"
베트남 노동부가 얼버무린다.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맞을 걸?"
베트남 노동자는 1년 계약인 줄 알고 뭔가에 사인한다.
(베트남 노동부는 뭔가에 사인을 받아놓음으로써 책임을 면한다)

4. 한국 사장이 지금 막 도착한 베트남 노동자와 함께 근로계약기간 3년이 명시(明示)된 계약서를 가지고 고용지원센터에 간다.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사장과 노동자가 함께 와서 3년짜리 계약서를 제출했으므로 무조건 3년짜리 고용허가서를 준다.
(이때 계약서에 노동자의 사인을 받았는지 여부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왜? 사장이 앞서 신청한 내용이 3년짜리니까 3년짜리 고용허가서를 줄 뿐이다. 따라서 고용지원센터도 책임을 면한다. 여기에 이 사기의 묘미가 있다.)

5. 사장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차후에 계약서 또는 아무 종이에나 노동자의 사인을 받아놓는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3년 계약에 사인했다고 우길 수 있으니까. 따라서 사장도 책임을 면한다)
이로써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완전범죄가 성립한다.

6. 고용지원센터에서 보낸 3년짜리 고용허가서를 보고, 출입국에선 *체류기한이 3년이나 되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한다.

7. 발급된 외국인등록증에 3년이라고 써있는 것을 보고(사진 2 참조) 노동자의 가슴이 내려앉는다.
"아니, 3년 동안 꼼짝도 못한단 말인가?"

외국인 노동자 한두 명이 당했다면 나도 눈을 질끈 감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고용허가제로 온 외국인노동자 22만 명 전체의 문제다. 또 앞으로 계속 입국할 노동자들에게 매일매일 닥칠 문제다.
*이걸 어찌 눈감을 수가 있나?

고치자!
그래서 G20의장국의 명예를 되찾자!

▲ 사진 1 ⓒ한윤수

▲ 사진 2 ⓒ한윤수

*규정 하나를 신설하고 : "3년간의 취업활동기간 범위 내에서,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 또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적어도 베트남 말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 사진 1을 보면 근로계약기간 란의 오른쪽 귀퉁이에 (입국일로부터 36개월)이라고 한글로 적혀 있다. 그러나 베트남어로 쓰인 아래 칸에는 이에 해당하는 란도, 글자도 없다. 어찌 이리 교활할 수가 있나? 베트남 노동자들은 모르고 온다.

*체류기한이 3년 : 체류기한이 3년이나 되는 외국인 등록증은 찾아보기 힘들며,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도 체류기한이 1년이며, 매년 연장하게 되어 있다.

*이걸 어찌 눈감을 수가 있나? : 차마 눈감을 수가 없어서 나는 이 문제를 계속 짚어왔다.
이런 폐해를 예상한 기사로는


오랑캐꽃 202번 <노예계약>(2010년 3월 9일자 프레시안. ☞바로가기),
나를 인터뷰한 <한겨레가 만난 사람>(2010년 3월 19일자 한겨레신문) 기사 중 말미 앞부분에 해당하는 "2004년 이후 실시되고 있는 현행 고용허가제"부터 "막아야 합니다"까지 15행.

폐해가 실제로 나타난 것을 비판한 기사로는
오랑캐꽃 359번 <노예계약Ⅱ>(2011년 3월 28일자 프레시안. ☞바로가기),
오랑캐꽃 375번 <악법>(2011년 5월 3일자 프레시안. ☞바로가기),
그리고 본 기사 오랑캐꽃 380번 <국제사기>(2011년 5월 19일자 프레시안) 등이 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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