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
그래서 베트남 통역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평일에는 통역이 없었다.
베트남 통역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지옥에라도 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4년 전,
서울의 어느 행사장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바 있는 S(가명)시의 대형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그 교회는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일금(一金) 20만원을 보내왔었다.
"목사님, 뭘 더 도와드리면 좋겠습니까?"
나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베트남 통역이요."
돈이 얼마야?
놀랐는지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았다.
1년 전,
경기도청에서 공무원이 방문했다.
"목사님, 뭘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나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베트남 통역이요."
어째 얼굴이 안 좋다. 관에서 그런 것까지 도와줘야 되냐? 하는 눈치다.
무색해서
"안 되나요?"
하고 묻자,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얼마 전,
외국인 노동자들의 치과(齒科) 치료를 지원해준 바 있는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금년엔 뭘 도와드리는 게 좋을까요?"
나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베트남 통역이요."
"치과 치료가 낫지 않나요?"
"아닙니다."
나는 *이빨보다 통역이 왜 중요한지를 30분 넘게, 목이 메도록 설명했다. 핸드폰 빳떼리가 나갈 정도로!
이윽고,
"알았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죠"
소리가 들렸다.
결국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천만 원의 통역비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베트남 통역을 고용했다.
나는 지금 즐겁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더 즐겁다.
통역이 되니 소통이 되고,
소통이 되니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한윤수 |
*이빨보다 통역이 왜 중요한지 : 이빨 치료는 외국인 노동자 개인이 해결할 수 있지만, 통역은 노동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천만 원 :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전무(全無)한 상태에서, 민간연구소에서 천만 원을 받은 것은, 고사(枯死) 직전의 식물이 단 비를 만난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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