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정부 성패, 문재인 지지자에 달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정부 성패, 문재인 지지자에 달렸다?!

[시민정치시평]'을'을 지켜주는 시민이 되기 위한 방법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을 역임했던 정대영 씨는 최근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정부 성패, 누구 손에 달렸나?'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관련 내용 보기 :'박근혜 정부 성패, 누구 손에 달렸나'). 그러고선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을 선택했던 사람들의 행동에 달린 문제라는 역설적인 자답(自答)을 했다. 논리는 이렇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결국 국민소득이 좋아지는 정도의 문제인데 국민소득은 소비, 투자, 수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수출'의 비중은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져 왔지만 국민의 살림살이를 좋게 하는 효과는 계속 떨어져 왔다. '투자' 수준 역시 1990년대 중반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지금도 미국·일본·독일·대만 등에 비해 높아 더 이상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남은 것은 '소비'인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민간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돼있고, 이로 말미암아 당장 음식점, 슈퍼마켓 등 동네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고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으로 되고 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려면 민간소비를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계층은 30~40대와 중간층인데, 이들은 지난 번 대선 때 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저축을 늘려 소비를 줄이고, 국내 소비를 해외 소비로 돌리면 경제성장률은 3%가 아니라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고 민생경제는 엉망으로 될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 손에 달린 문제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행위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눈 뜨게 하는 글이다.

우리의 일상적 소비행위의 대상과 방법을 바꾸어 사회개혁을 시도하는 운동은 다양하고 광범하며 오래됐다. 일제 시대의 물산장려운동이 그렇고, 최근의 생활협동조합운동이나 공정무역운동 또한 같은 범주의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소규모 자영사업자들이 중심인 '을(乙)'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소비운동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그 첫 번째로, 맞춤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지향하는 소비운동을 말하고 싶다. 소비용품을 맞춤의 방법으로 조달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가내(家內) 자급자족을 하다가 대량생산물품을 단순 구입하는 방법으로의 급격한 산업화를 거친 까닭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산업화과정을 거친 여러 선진제국에는 아직도 많은 맞춤산업영역이 남아 있다. 일본의 전통 기모노 맞춤산업, 영국의 남자용 맞춤양복산업, 이탈리아의 수제구두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맞춤산업은 그 성격상 대규모제조에 어울리지 않으며, 오히려 기술을 가진 장인에 의하여 독립된 사업으로 영위된다. 대규모 유통업체가 아무리 번성해도, 대규모 제조업체의 기성품이 범람하는 속에서도 꿋꿋이 명맥을 유지하면서 소규모 자영사업자들의 경제적 기반으로 되는 배경에는 소비의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명성을 얻어 세계로 진출하기도 한다. 영국 런던 새빌로(Savile Row) 거리의 핸드메이드 양복점들이 그 사례이다. 새빌로에는 100여 개의 테일러가 밀집해 있는데, 국가 정상이 공식석상에서 입는 옷이나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AGM(Annual General Meeting; 주주 총회)에서 입고 나오는 슈트, 주요 청문회 때 변호사가 입는 옷, 성공한 금융가가 미팅할 때 입는 옷이 이곳에서 주문제작 된다고 한다. 부와 성공을 상징해서 영화 <월스트리트2>에서는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가 젊은 펀드 애널리스트인 무어(샤이아 라보프)에게 새빌로에서 슈트를 맞추라고 하는 장면이 나올 정도였고, 영국의 전현직 총리이자 노동당, 보수당 당수인 고든 브라운과 데이비드 케머런 모두 이 거리의 양복점 '기브스 앤드 호크스(Gieves & Hawkes)'에서 슈트를 주문하며, 아랍과 중국의 부호들도 직접 찾아와서 옷을 맞춰 간다고 한다. (☞ 관련 내용 보기 : '200년 비스포크 양복의 메카, 런던 새빌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남자 양복은 맞춤 방식의 소비로 전환될 여지가 충분하다. 삼성, LG, 코오롱 등 재벌계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해외브랜드를 지급하는 상표로, 해외에서 생산하며, 국내는 단순 소비시장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백화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제조원가의 5배에 이르는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오히려 맞춤이 더 저렴하다. 맞춤소비로서 소비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좋고, 자영사업자들에게는 대규모 제조·유통업체에게 시달리는 '을'이 아닌 독립된 사업을 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조성되는 것이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 자영사업자들의 고통은 '갑(甲)'의 불공정한 횡포 때문인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독립된 사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예속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누군가에게 예속되지 않는 독립된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영역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맞춤산업은 그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맞춤산업을 키워낼 수 있는 영역은 의외로 많다. 신사복, 양장, 한복, 구두, 가구, 식기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한 문구업체는 전 세계의 명사들을 상대로 일기장과 편지지, 손수건까지 맞춤제공을 한다. 맞춤산업박람회를 조직하고, 맞춤용 상품권을 개발·보급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어내는 의식적인 노력이 기울여진다면 '맞춤산업'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소규모 자영사업자들이 중심인 '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소비운동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두 번째는 해외관광을 내국관광으로 전환하는 하는 것이다. 일본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우리보다 형편이 좋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없다. 소득 수준이 높은 만큼 우리보다 더 많은 해외관광을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꾸로다. 양국의 여행소비액 중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의 해외여행 소비액 비율이 일본과 비교했을 때 2배 정도 높다. 일본인은 해외여행보다는 자국 내 여행을 더 많이 한다. 그 결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일본인의 내국여행에 의한 GDP 창출비중이 4.2%인데 반하여, 우리의 내국여행에 의한 GDP 창출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의 해외여행 선호도가 소득수준 대비하여 훨씬 높다는 의미이다. 산업구조가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내수기반이 60%를 상회하고, 한국의 내수기반이 53%로 머물게 되는 여러 원인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자동차, 모바일 등 전자기기,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은 우리나라 대표산업이다. 전부 대규모 자본투입형 장치산업이고 독과점이다. 이들과 거래를 맺는 부품, 하청업체는 '을'일 수밖에 없다. '갑'의 횡포를 저지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갑'이 없는 산업영역을 만들어내는 일도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내국인을 위한 내국관광산업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관광은 본질상 지역분산적이고, 특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소규모 자영사업자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다.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민주개혁진영의 숨겨진 힘 중에는 국민들에게 내국관광의 가치를 알리고 이것 또한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방법인 점에 대한 설득력이 있다. 이 설득력을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행해왔던 관행들을 고치자고 말해야 한다.

유력 공기업 및 대기업 노동조합의 사내복지에는 장기 근무자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대학노조는 대학직원들의 복지로서 해외연수를 쟁취해 둔 곳이 많다. 일정기간 근무하면 안식년이 주어지는 직업이 늘고 있다. 대학교수가 대표적이지만 몇 년 전부터 초중고 교사들에게도 안식년이 주어지기 시작해 차츰 확산될 전망이다. 안식년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이 상당정도 관행화돼있다. 스스로가 부르짖는 상생의 실천차원에서 가급적 이들을 국내에서 소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은 어떨까? 노조 등 단체가 나서서 집단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반드시 어렵기만 한 일은 아닐 듯싶다.

문재인을 지지했던 시민들의 힘이 박근혜 정부를 곤란에 빠지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여러 어려움 중 조그만 하나라도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때, 다음 번 선거에서의 좋은 결과도 그만큼 더 가능해 질 것이란 생각에서 몇 가지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