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최대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6년.
올해가 바로 그 6년을 마친 노동자들이 귀국하는 원년(元年)이다.
출입국에선 은근히 걱정했었다.
이들이 귀국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남으면 어쩌나 하고.
그러나 기우였다.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인들은 법을 잘 지키는 양순한 사람들이다.
돌아가는 건 좋은데,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숙련공이 사라지는 게 문제고,
외국인 개인으로선 고국에 가도 일거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내가 아는 외국인 중에서 가장 먼저 간 것은 캄보디아인 신소핍과 산토다.
가서 뭘 할 거냐는 내 질문에 신소핍은
"구멍가게나 해야죠."
하고 시무룩하게 답했고,
산토는 더 심해서
"몰라요. 가서 생각해야죠."
하고 솔직히 고백했었다.
▲ 신소핍(왼쪽), 산토 ⓒ한윤수 |
이런 형편이니 안 가려고 머리 쓰는 외국인들이 왜 안 생기겠나?
그들과, 그들을 더 붙잡고 싶은 사장님들이 주로 착안한 건 생산기술숙련공(F-2-6)이라는 비자다.
이 비자를 얻으면 계속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자를 얻으려면
1. 5년 이상 제조업체에 취업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2. 연소득 3,200만 원 이상이거나, 기사(技士)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3. 최근 1년 이상의 예금 잔고가 2천만 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4.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에 합격하여야 한다.
1번은 누구나 해당된다.
그러나 2, 3, 4번을 동시에 갖춘 외국인은 만 명에 하나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 비자를 얻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 비자는 죽은 비자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와서 F-2-6에 관해 물을 때 으레 해주는 말이 있다.
"그 비자 믿지 마. 남게 해주려고 만든 비자가 아니라, 그냥 폼으로 만든 비자니까."
그러므로 외국인이 남을 방법은 없다.
돌아가는 길밖에.
오딧세우스여,
이제 방랑을 끝낼 시간이다.
*오딧세우스 : 트로이 전쟁 후 10년을 방랑한 그리스의 전설적 영웅. 라틴어로는 율리시즈.
*오딧세이 : 오딧세우스의 모험담. 또는 그러한 긴 여정의 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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