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가명)이라는 베트남인이 있다.
워낙 똑똑하고 언어 감각이 뛰어나서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한국말 잘하기 대회에 나가면
1등 상을 휩쓸곤 했다.
50만 원을 탄 적도 있다!
그가 잠적한 지 2년 만에 나타났다.
"어떻게 지냈느냐?"
"어떻게 지내긴요. 공장에 콕 박혀 있었죠.""왜 왔어?"
"귀국인사도 드릴 겸 진로 상담 좀 하려고요."
"드디어 가느냐?"
"예. 다음 달에요."
가고도 싶을 거다.
한국 온 지 8년이 넘었으니까.
우리 한글학교에서
내가 가르치던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고
아내만 먼저 귀국했는데
아기가 벌써 6개월이 되었단다.
귀국 후 진로가 고민인데 어렸을 때부터 꿈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거지만 고향 빈푹에도 사진관이 적잖게 생겨서 고민이란다.
내가 그랬다.
내 인생을 더 산 선배로서, 반 중매쟁이로서 충고하는데, 네 꿈이 아무리 소중하다 하더라도 사진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자영업이라 별로 전망이 안 좋다. 한국도 자영업이 어려운데 베트남도 곧 그렇게 될 거다. 너는 한국말을 잘하니 차라리 한국 회사에 들어가 통역을 해라. 한국말 잘하는 베트남 사람이 보통 귀한 게 아닌데 너는 감각을 타고났으니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거라며 물었다.
"공부가 제일 쉬운 거 아니?"
"알아요."
"거기서 통역 얼마 받아?"
"50만 원에서 80만 원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50만 원부터 시작하라고 그랬다.
▲ 탕이 사진관 식으로 편집한 아기 사진 ⓒ프레시안(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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