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으라니까
도망친 태국인이 있다.
사장님 생각에
건강검진을 피하는 놈은
혈액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될까 봐 피하는
마약중독자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 이탈신고를 해버렸다.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은
불법체류자가 된 지 열흘 후였다.
내가 물었다.
"너 마약 하니?"
"천만에요."
"그럼 왜 도망쳤어?"
"사실은 도망친 게 아니라 옛날 회사를 찾아간 거예요."
사연을 알고 보니 기가 막히다.
그는 발안의 공장에서 6년 일한 성실근로자다.
그러나 회사는 불황으로 일거리가 없어서
그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1년을 기다리다
다시 한국어시험을 보고 재입국하여
김포에 있는 다른 회사에서 일했던 거다.
태국인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
옛날 회사를 못 버린다.
꼭 고향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틈만 나면 옛날 회사를 찾아가는데,
검진 날도 발안까지 가서
괜히 남의 회사 일을 거들며 놀다가
마약중독자로 오해받아 불체자가 된 거다.
나는 선처를 부탁했으나
사장님은 거절했다.
그 병은 못 고치는 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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