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은 또 언론에 미리 후보군의 명단이 알려져 공개 검증이 이뤄질 경우, 공직을 맡지 않을 사람들까지 '신상털기'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해 그간 인사에서 보였던 '비공개주의'를 관철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김용준 후보자의 낙마에도 '밀봉 스타일'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기존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청와대 안전가옥에서 이뤄진 새누리당 강원 지역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죄인처럼 혼내고 망신을 주는 식의 청문회 때문에 나라에 인재를 불러다 쓰기가 어렵다. '아니면 말고' 식 의혹이 제기되고 사적인 부분,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언론에 전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은 '밀봉 인사'라는 평을 의식한 듯 "내가 밀실에서 후보를 정한다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후보군 2~3명의 이름이 알려지면 선정되지 않을 사람까지 '신상털기'로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으냐. 그래서 누가 물망에 올랐는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다. 나도 참 어렵다"고 자신을 방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언급하며 한국도 미국처럼 공직후보자 본인이나 가족의 '프라이버시'(사생활)과 관련된 것은 비공개 소위원회에서, 정책 부분은 공개 청문회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언급도 했다. 이날 박 당선인의 발언은 오찬을 함께한 의원들이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박 당선인도 이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박 당선인의 이날 발언은 부적격 인물이 공직에 임명됐을 경우 국가와 시민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보다, 공직 후보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더 중시한 것이라는 지적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밀봉인사, 자택 검증 인사는 잘못"
실제로 야당은 "본말전도"라며 비판 공세를 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31일 오전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올바른 시스템에 의해 (후보자를) 올바르게 추천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제도를 지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밀봉인사, 자택에서 검증하는 인사는 잘못이다. 시스템 검증으로 빨리 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위원이었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새누리당에서 '인사 시스템의 문제'라고 하는데 아니다. 이번 문제는 사람의 문제, 내정자의 문제이고, 박 당선인의 문제, 1인 밀실 수첩 통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박 당선인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인사검증 과정에 대해 반성은 커녕 국민의 원성을 비아냥거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인사청문회가 두려운 사람은 공직후보자가 돼서는 안 된다. 사전 '신상털기'가 더 확실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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