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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웅' CIA 국장, 불륜에 무너진 초유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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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쟁영웅' CIA 국장, 불륜에 무너진 초유의 사태

"FBI 4개월간 조사 후 대선 직후 대통령 보고"도 논란

'미국 당대 최고의 군인' '이라크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지난해 9월 중앙정보국(CIA) 수장에 발탁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가 1년여만에 전격 경질됐다. CIA 국장으로 공화당의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완벽남'이 스스로 무너지게 된 과정에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만 해도 현지 언론 보도는, 퍼트레이어스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자, 퍼트레이어스가 사임하는 형식으로 어쩔 수 없이 경질했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이 총력 취재에 들어가 후속기사들을 쏟아내면서 이 사건은 '전쟁영웅'에 의해 국가기강이 흔들린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라는 이름을 패러디한 '퍼트레이얼(퍼트레이어스의 배신)'이라는 신조어(Petraeus와 betrayal을 합친 패러디)가 등장할 정도다.

▲ 외도를 이유로 전격 사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011년 7월13일 문제의 여성작가 폴라 브로드웰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산악지역에서 주둔할 때 인접한 곳에 머물며 수시로 인터뷰를 했다. ⓒAP=연합

"연적으로 의심받은 여인, FBI에 보호 요청"

12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퍼트레이어스가 CIA 국장의 보안 규칙을 어기면서 '이메일 연서'를 주고 받게 만든 여인은 폴라 브로드웰이라는 유부녀다.

지난 1월 퍼트레이어스의 전기 <올인:퍼트레이어스 장군의 교육>을 집필한 작가다. 브로드웰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2010년 당시 아프가니스탄 주둔 사령관이었던 퍼트레이어스와 현지에서 2년여간 밀착 인터뷰를 하면서 연인 사이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이 철저해 결코 들키지 않을 것 같은 CIA 국장의 혼외정사는 연인의 질투에 의해 위기를 맞게 됐다.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또다른 연인으로 의심한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브로드웰은 이 연인에게 퍼트레이어스와 자신이 깊은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며 여러 차례 페이트리어스와 결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여인이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면서 연방수사국(FBI)에 보호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FBI는 즉각 브로드웰의 이메일함을 뒤져 기밀 유출 등을 확인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이 오랫동안 혼외정사 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메일을 대량 확보했다.

"오바마 재선 승리 직후 보고된 이유 뭐냐"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FBI의 수사가 대선을 앞두고 4개월 동안 진행되는 동안 의회와 대통령은 물론, 정보총괄기구인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 등 보고체계가 무시된 채 진행됐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일 이틀 뒤인 지난 8일에야 퍼트레이어스에 대한 보고를 받고 9일 CIA 국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국가정보와 안보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백악관과 의회도 모르게 FBI의 수사가 진행돼 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오바마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에 보고가 이뤄진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퍼트레이어스와 직접 통화해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분통을 떠트렸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일 수 있었다"면서 "의회에 미리 보고되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AP> 통신은 FBI가 수사에 착수하는 계기를 제공한 '제3의 여인'은 당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부에 배치된 국무부 연락원 질 켈리(37)이라고 확인했다.

신분이 노출되자 현재 플로리다 캠파에 살고 있는 질 켈리는 남편 스콧 켈리와 함께 성명을 내고 "5년 넘게 가족끼리 교류한 친구 사이"라면서 퍼트레이어스와의 사적 관계는 오해라고 밝혔다.

켈리 부부는 "우리는 퍼트레이어스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우리 가족의 프라이버시도 존중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로드웰의 협박성 이메일과 이에 대응해 켈리가 FBI에 보호를 요청하는 행동으로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의 관계는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제이 레노 "CIA 국장도 불륜 못 감추는 세상" 풍자

FBI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수사한 결과 퍼트레이어스의 사무실 책상 밑에서 정사를 가지는 등 충격적인 애정행각을 벌였으며, 퍼트레이어스가 CIA 국장이 된 뒤에도 브로드웰에게 보낸 이메일만 수천 통에 달했다.

퍼트레이어스의 개인사를 아는 지인들은 그가 불륜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을 만큼 가정적인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는 미 육사를 졸업한 직후인 지난 1974년 7월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윌리엄 놀튼 장군의 딸 홀리와 결혼해 딸 앤과 아들 스테펀을 두고 있다. 아들은 육군 중위로 아프간에 참전한 바 있다. 홀리는 현재 연방소비자보호국의 군무원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37년에 걸친 퍼트레이어스의 결혼 생활을 파경으로 이끈 브로드웰도 방사선과 의사인 남편 스콧 브로드웰과의 사이에 두 아들 루시엔(6)과 런던(4)을 두었으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교 졸업 때 최우수학생으로 졸업연설을 했고 교내 퀸으로도 선정될 만큼 출중한 미모를 지녔고, 육사에 진학한 후에는 피트니스 클래스의 최우수그룹에 들기도 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육사 후배이기도 한 브로드웰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6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이 주최한 모임의 연설자로 참석했을 때였다. 당시 케네디스쿨의 대학원생이었던 브로드웰은 퍼트레이어스에게 다가가 자신을 알린 뒤, 지난 2010년 전기 집필을 제안하면서 두 사람은 본격적인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웰은 이번 주말 워싱턴D.C.에서 40회 생일축하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이번 폭로로 물거품이 됐고 퍼트레이어스는 이날 경질됐다. 미국 <NBC> 방송 심야토크쇼 <투나이트 쇼> 진행자 제이 레노는 "만약 CIA 국장이 불륜을 감출 수 없다면 세상에 어떤 남자가 가능하겠냐"고 풍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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