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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 참사, '벼락' 때문 아니다. 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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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 참사, '벼락' 때문 아니다. 진상은…"

[분석] 중국, '사고 뭉치' 고속철 집착하는 이유는?

지난 23일 230명이 넘는 사상자(사망자만 최소 39명, 부상자 193명)을 초래한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돌사고의 원인에 대해 중국 정부가 당초 '벼락'이라는 자연재해 탓으로 돌렸으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조차 이를 부정하는 후속보도를 내고 있다.

2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선행 열차가 벼락을 맞아 급작스럽게 정지하는 바람에 추돌사고가 났다는 중국 당국의 해명과 달리 추돌 당시 선행 열차가 운행중이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사고 발생 뒤 양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시 앞서 가던 D3115 열차는 시속 20km 정도로 서행하고 있었고, 뒤따라 가던 D301열차는 시속 100km 안팎이었다
▲ 지난 23일 중국에서 고속철 추돌 사고가 발생해 4개의 객차가 교량 아래로 추락하며 230명이 넘는 승객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중국 정부가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고속철 산업이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AP=연합
중국 고속철 사고, 중대 결함 은폐 의혹 커져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6km 이상의 안전거리 이내로는 후행열차가 선행열차에 접근할 수 없는 자동제어시스템과, 자동제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라도 상황파악을 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관제시스템 모두 상식밖의 부실한 상태에서 빚어진 참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연재해에 따른 돌발적인 사고였다면, 최소한 유무선 통신을 통해 중앙관제실에 구두라도 보고가 이뤄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제실에서 사고 열차로부터 구두 보고조차 못받았어도 실시간 열차들의 위치와 간격 등을 감시해서 후행 열차의 추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상상하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동시에 벌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중국이 자체 건설하고 운영한다고 자랑한 고속철에 중대한 구조적 결함과 시스템 부실이 드러난 것으로, 중국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사고 원인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마치 자연재해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고였던 것처럼 신속한 복구와 운행재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 외신들은 "사고 자체보다도 사고 발생 이후 중국 정부가 보여주는 수습 방식이 더 큰 문제"라면서 고속철 자체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중국정부에게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주목하기도 했다.

사고 열차 황급히 땅에 묻은 이유는?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내부 수요로는 경제성이 없는 고속철 산업 육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첨단 기술이 접목된 고속철을 전세계에 수출해 저임금 제조업 국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중국 철도부는 대형사고가 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은 25일 오전 6시부터 사고 구간의 고속철 운행을 재개했다. 인명 구조를 최우선하라는 원자바오 총리의 지시와 상관없이 '공식 구조작업'이 끝난 뒤에 사고 현장에서 2세 여아가 발견되면서 총리의 지시가 '립서비스'였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 중국 철도 당국이 추락한 기관차를 분해해 상당 부분을 땅에 파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중국 철도당국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하지만, 중국의 고속철 자체가 고속철 선진국들의 기술을 빼내 짜깁기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이런 해명에 의문을 나타냈다.

<블룸버그> "중국의 고속철 수출산업화 계획 물거품"

26일 <블룸버그> 통신은 만일 사고의 원인이 이처럼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중국의 고속철도 산업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은 성공 가능성이 '제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고속철 시장을 중국산 제품으로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는 중국산 고속철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10년도 안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의 고속철도망을 중국 내부에 건설했다.

중국의 고속철 길이는 지난해 기준 총연장 8400㎞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또한 중국은 2020년까지 고속철 사업에 12조5000억위안(약 2000조원)을 투자, 베이징(北京)에서 전국 주요 도시를 8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고속철은 도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 일부 구간에는 타당성이 있지만, 중국처럼 건설을 위한 건설을 하는 고속철 사업은 수익성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중국이 고속철 사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는 유일한 이유는 단순 저가 제조업을 탈피해 수출이 가능한 첨단 제조업으로 고속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동안 잦은 사고를 내온 중국의 고속철 산업은 원저우 사고로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일본 도쿄 소재 애틀란티스 투자연구업체 대표 에드윈 머너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앞으로 고속철을 수출할 가능성은 제로"라면서 "중국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원저우 사고로 중국의 고속철 사업이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고 열차 제조사인 CSR의 주가는 25일 홍콩증시에서 3년래 최대폭인 14%나 폭락했으며, 1949년 이후 중국의 철도 절반 이상을 건설한 CRC의 주가도 6.7% 급락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의 또다른 열차제조업체 CNR의 주가도 9.7% 폭락했다.

현재 베이징 소재 CSR은 중국 최대의 열차제조업체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합작해 캘리포니아 고속철 사업 입찰을 할 예정이지만,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알스톰, 캐나다의 밤바르디 등과 경쟁을 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432마일(695km)의 고속철 사업을 입찰에 붙이며 지난해 9월 당시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중국, 일본, 한국의 고속철을 시승하는 아시아 투어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UFJ 모건스탠리 증권의 애널리스트 히메노 료타는 "중국이 미국의 고속철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안전성에 대한 평가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원저우 사고로 죽은 39명 중에는 미국인도 두 명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캘리포니아 고속철 수주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게 됐다.

CSR은 지난해 말레시아의 고속철 사업 수주 등으로 20억 달러의 해외매출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해외매출이 급감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세계 최장 징후고속철, 원저우 사고 이후 또 멈춰

또한 이번 사고로 중국의 철도 프로젝트도 축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중국의 증권사들은 CSR과 CNR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중국의 고속철을 타려던 승객들도 여객기로 교통편을 바꾸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2015년까지 1만6000km에 달하는 고속철로를 중국 전역에 건설한다는 계획 하에 지난 2007년 최초의 고속철을 개통한 이후 지난 3월 현재 4576km의 고속철로가 이용되고 있다.

지난 6월30일에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1318km의 세계 최장 징후 고속철로가 개통됐으나, 개통 직후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화통신>은 25일에도 이 철로에서 또다시 사고가 났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경 징후고속철의 안후이성 딩위안(定遠)현 지점에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로 20여편의 열차편이 3시간 동안 멈춰섰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지난달 30일 운영을 시작한 징후고속철은 개통 열흘 만인 10일 전력선 접촉 이상으로 하행선 열차들이 대거 연착되는 첫 사고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6차례 전기 공급 계통의 문제로 열차가 멈춰섰다"고 전했다.

대다수 인민에게 '그림의 떡' 고속철, 적자 노선 속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변성진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고속철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문제는 너무 급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풍선처럼 터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개통한 베이징~톈진(天津) 노선을 비롯해 우한(武漢)~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난징(南京) 등 적지 않은 노선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전성은 차치하고, 고속철을 이용하고 싶어도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에서 이용객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약 35조원을 들여 건설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의 이등석 편도요금은 555위안(9만1000원)으로 지난해 중국 민간사업체 근로자들의 월 평균 임금(1730위안)의 3분의 1 수준이다.

고속철은 막대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들어 중국 정부가 빚을 내 투자한 자본 회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1·4분기 말 현재 중국 철도부의 부채규모는 고속철 투자로 2년만에 3배나 늘어나면서 약 2조위안(약 324조원)에 달하지만 내수는 물론 수출길조차 막히면 '거대한 부채덩어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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