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날 머독의 뉴스코프는 120억 달러(80억 파운드. 약 13조5000억원)을 주고 B스카이B 지분 61%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 <뉴스오드더월드>를 폐간한 지난 10일 모습을 드러낸 루퍼트 머독과 아들 제임스(왼쪽). 해킹 스캔들 이후 의회 청문회 소환과 영국 의회의 압박, 봇물처럼 쏟아지는 추문들에 밀려 결국 머독 부자는 위성방송 인수를 포기했다. ⓒAP=연합 |
머독은 이미 B스카이B의 지분 39%를 갖고 있지만, 영국정부가 보유한 61%를 인수해 완전히 독점할 계획이었다. 그가 100% 지분 인수를 고집한 것은 신문과 케이블TV에 이어 위성방송까지 보유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고한 미디어 제국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2년 당시 13세 소녀가 납치돼 살해될 때 뉴스코프 그룹에 속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기자들에게 이 소녀의 음성메일을 해킹하라고 지시했다는 불과 열흘 전에 나온 폭로보도로 야기된 위기로, 머독의 야심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머독은 폭로 보도 이후 168년 역사에 발행부수 260만 부를 자랑하는 <뉴스오브월드>를 지난 10일자로 폐간시키는 등 희생타를 날리면서 어떡하든 <B스카이B> 인수를 밀고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머독이 주최한 파티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다정한 모습을 보였던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도 안면을 바꾸고 머독에게 등을 돌렸다. 머독의 매체들에 의해 '결단코 감추고 싶었던 아픈 가족사'까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파헤쳐졌던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도 '머독 제국의 해체'에 적극 나섰다. 또한 그동안 머독이 관리해오던 거의 모든 정치인들도 머독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마침내 영국의 의회는 이날 초당적으로 <B스카이B> 인수를 포기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오는 19일 머독과 그의 후계자로 꼽히는 아들 제임스 머독, 그리고 레베카 브룩스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 등 3명을 청문회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도청, 해킹, 매수가 특종비결인 미디어의 앞날은?
게다가 그동안 뉴스코프의 특종비결이 총리 등 권력자, 유명연예인, 각종 사건의 피해자 등에 대한 무차별 도청, 해킹, 경찰 매수 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자 머독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 미디어업계에서는 머독의 뉴스코프의 앞날에 주목하고 있다. 위성방송 인수 불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머독 패밀리가 이끄는 미디어가 과연 존속할 자격이나 의미가 있느냐는 의문이 증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