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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재스민 혁명' 기대해도 좋습니까?

[기고] 김정일의 북한에 관한 '불편한 진실'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로 이어지는 민주화 물결이 거센 요즘, 일부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북한 소식을 듣다 보면 북한에도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장을 단속하던 보안원의 과도한 행동에 반발해 수 백명이 시위를 벌이고, 악명 높던 전 보안서장이 괴한이 던진 돌을 맞고 사망했으며, 전기와 쌀을 달라고 수 십명이 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 각 지역마다 폭동진압용 특수기동대가 조직됐으며 장마당마다 보안원들이 일제히 깔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한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개별 보도들의 진위 여부는 사실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당국에서도 '확인중'이라는 얘기만 계속할 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 매체들의 전언을 완전히 폄하하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필자는 대북 매체들이 전하는 소식들을 완전히 무시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 과장이나 오류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북 매체들이 입수하는 첩보 역시 정보 당국이 입수하는 첩보처럼 북한의 현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해지고 있는 북한발 소식들이 '북한 내 위기'가 점증하고 있다는 쪽으로 집중되면서 '재스민 혁명'의 북한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해석된다면, 이는 북한 변화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 '현실'이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폭압적 통제기구들의 주민통제가 아직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고 시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반체제 세력도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의 후원세력인 중국이 건재하고 있고, 정보유통의 수단마저 제한돼 있는 지금의 북한에서 정권을 흔들 수 있는 대중시위가 발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 작년 11월 25일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무용대학 현지지도 장면 ⓒ뉴시스

'기대'가 지나쳐 '현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은 또 하나 있다. 바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다. 지난 2월 16일 김 위원장의 만 69세 생일을 맞아 많은 언론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남은 수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른바 '칠순'이라 하면 건강한 사람도 앞일을 장담할 수 없는 나이인데, 뇌졸중으로 쓰러진 데다 심부전증, 당뇨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는 취지였다.

물론, '칠순'이라는 자연적 나이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신체적 노쇠함을 나타낸다. 또,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진 사람이 재발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뇌졸중으로 쓰러질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의학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볼 때, 김 위원장의 건강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생일 이틀 전인 지난 2월 14일 방송된 새로운 기록영화에는 이러한 '기대'와는 조금 다른 '현실'이 들어있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월 14일 오후 6시부터 김 위원장의 지난해 11월 현지지도 모습을 담은 새로운 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 이 기록영화에서 김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마비 증세를 보였던 왼발을 상당히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11월 21일 룡정양어장 현지지도에서는 김 위원장이 10초 가량 비교적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이 방영되었고, 11월 25일 평양무용대학 현지지도에서는 왼발로 바닥을 지탱한 채 오른발로 바닥을 탕탕 치는 모습도 방영되었다. 왼발의 마비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왼발로 몸의 무게중심을 잡을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공개된 기록영화에서 왼손 마비가 많이 호전됐음이 확인된 데 이어(당시 기록영화에서 김 위원장은 왼손을 들어 옷장 문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왼발 마비까지 많이 풀린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김 위원장의 뇌졸중 후유증이 상당히 사라져가고 있음은 이제 객관적 현실의 범주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새로운 기록영화는 많은 언론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혹시라도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를 바라는 '기대'와는 다른 '현실'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필자는 사실 북한에 3대 세습 구도가 안착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체제로 안착된 3대 세습 구도 하에서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일각에서 기대하듯 급변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변화의 중요한 단초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다른 것이다. '기대'는 자신의 관점이 뒷받침된 지향점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현실'에 발붙이지 못할 때 공허한 상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대'가 지나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마저 간과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주관적 기대는 객관적 분석을 어렵게 만들고 앞으로의 대처 방향에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불편한 현실'은 북한 내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뇌졸중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긴 하지만) 회복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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