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제, 냉정을 되찾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제, 냉정을 되찾자

[기고] 한반도 상황관리 필요한 시점

영변에서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되고 연평도에 북한의 공격이 가해지는 최근의 상황은 북한에 대한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계속해서 핵개발에 열을 올리고 민간인 지역에까지 포격을 가하는 북한을 과연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우리 측 사상자가 십 수 명에 달하는데 북한측 사상자가 있기는 한 것이냐는 추궁은 '적'을 한 사람이라도 더 죽였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대북 적대감의 표현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담화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과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호전적인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지 않겠으며, 북한은 대화를 통해 해결되는 상대가 아닌 만큼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었다.

이러한 시각은 최근 위키리크스를 통해 나타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 인식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15년 이전에 사망할 것이고,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2~3년 내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북한을 몇 년만 더 압박하면서 버티면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이 찾아올 것이므로, 지금의 대북 강경책을 전환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현 장관 ⓒ뉴시스

필자로서는 정부 당국자들의 '북한 붕괴 희망론'이 현실화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설사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한반도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뒤에 북한이 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지금처럼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을 계속 안고 살아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이 재발할 경우 확실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도발에 대한 확실한 대응만이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도발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평도 사건 이후 이어진 한미연합훈련과 대북 응징 경고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굴욕적 평화'가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지만, '무력에 의한 압박'만으로도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제 서서히 냉정을 되찾고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차분한 접근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 당국자들의 예상대로 향후 몇 년 안에 북한이 붕괴한다고 하더라도, 그 때까지는 우리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을 관리해나갈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G20의 의장국이기도 했던 한국은 경제·사회적으로 피폐한 북한과 같을 수 없는 형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중국이 갑자기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제안했다가 멋쩍은 신세가 되긴 했지만, 일정 정도의 냉각기가 지나고 나면 6자회담도 필요하다. 북한이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까지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통한 핵포기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사국들이 만나 상황의 악화를 막거나 최소한 늦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은 존재한다.

남북관계도 좀 더 진전시켜야 한다. 필자는 3대 세습 정권이 유지되는 한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전면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실시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남북관계(식량지원, 이산상봉, 개성공단, 소규모 경협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일정 정도의 남북관계가 유지되어야만 북한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핵포기의 의지를 확신할 수 없는 북한과 6자회담을 하고, 개혁·개방을 기대하기 힘든 북한 정권과 일정 정도의 교류를 하자는 것이 뭔가 어정쩡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자는 것도 아니고 6자회담과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자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대북 압박으로 북한의 변화를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3대 세습을 현실화시켜가고 있는 북한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본다면, 북한의 권력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북한의 돌출적 행동을 제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군이 조만간 동서남해 곳곳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런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이제 서서히 냉정을 되찾고 정치적 상황관리에 들어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무력도 중요하지만 평화는 무력에 의해서만 담보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