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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한윤수의 '오랑캐꽃']<294>

태국 최북단에 '치앙라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 라찬이라는 총각과 프롬마라는 총각이 살았다.
라찬은 35살, 프롬마는 37살로 둘 다 노총각이다.
하지만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다.
사는 동네가 30 키로나 떨어져 있으니까.

두 총각이 만난 것은 북중부 도시인 핏싸놀록에서다.
핏싸놀록은 한국으로 가는 노동자들이 한국어 연수를 받는 곳이다.
둘은 친해졌다.
동향이니까.

게다가 둘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고
같은 공장에 배치되었다.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PVC파이프 제조 공장.

둘은 거기서 1년 동안 같이 일하고
화성시 00면에 있는 볼트 낫트 제조 공장으로 똑같이 옮겼다.

그런데 입사하고 보니 이 회사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한 달 전에 태국인 하나가 다쳤다는 것이다.
혹시 산재가 자주 발생하는 회사가 아닐까?
일말의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산재 위험은 어디나 있는 거고, 설령 위험해도 자신만 조심하면 그만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입사 14일째 되는 날 오후 3시.
프롬마의 면장갑이 기계에 끼어 빠지지 않는데 절단기가 내려왔다. 순식간이었다. 오른손 엄지가 반쯤 잘렸다.
프롬마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라찬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친구가 다쳤으니까.
오후 4시.
이번에는 라찬의 면장갑이 기계에 끼어 빠지지 않았다. 오른손 중지가 완전히 절단되고 식지가 반쯤 잘렸다.

둘은 같은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았다.
한 시간 차이로.

▲ 프롬마의 엄지 ⓒ한윤수

▲ 감각을 잃어버린 라찬의 중지 ⓒ한윤수

프롬마의 엄지는 잘 붙었다.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라찬의 중지는 붙었지만 감각이 전혀 없다.
완전히 떨어져 나간 걸 찾아서 다시 붙였으니까.

그에게 소망이 있다면,
부모님이 주신 손가락,
완치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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