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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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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 엔조

[한윤수의 '오랑캐꽃']<288>

타임지 선정 100대 영화중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영화가 <대부>다.
내가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본 것은 불법체류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이태리인 노동자로 제과점에서 일하는 엔조다.
2차 대전이 계속되는 동안 엔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미국에 노동자가 부족해서 추방될 염려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전쟁이 끝나 군인들이 제대하고 노동자가 남아돌자 엔조는 추방될 처지에 놓인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과점 주인이 그를 데리고 마피아 대부인 비또 꼴레오네(말론 브란도 粉)를 찾아가 호소한다.
"대부님, 그 동안 엔조는 미국의 전쟁을 돕도록 일했습니다. 부디 추방되지 않도록 도와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비토 꼴레오네는 고개를 끄덕인다.

몇 달 후.
비또 꼴레오네가 피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막내아들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 粉). 총탄 5발을 맞고도 아버지는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병실에는 경호원이 없다. 부패한 경찰이 일부러 모든 경호원을 철수시킨 것이다. 킬러들의 습격이 있으리라는 걸 직감한 마이클은 간호원과 함께 환자의 침대를 옆 병실로 옮긴다. 이때 쿵쿵하는 발자국 소리가 층계로 올라온다.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킬러가 아니라 꽃을 든 엔조다.
마이클이 묻는다.
"당신 누구요?"
"저 모르세요? 제과점 엔조예요."
"아, 엔조! 위험하니까 돌아가요."
"그렇다면 더더욱 여기 있어야겠지요."
"그럼 현관으로 갑시다."
마이클은 엔조의 꽃다발을 던져버리고 그를 병원 현관에 세운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 씌우고 외투깃을 세워주고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게 하니 엔조는 꼭 경호원처럼 보인다. 이때 킬러들이 탄 차가 다가와서 현관 앞에 선다. 하지만 엔조와 마이클을 본 그들은 습격을 포기하고 철수한다.
엔조가 담배 한 개피를 문다. 그러나 손이 떨려서 라이터를 켜지 못한다. 마이클이 대신 라이터를 켜준다.
제과점 엔조가 대부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엔조

내가 '제과점 엔조' 이야기를 장황하게 쓴 것은 불법체류자가 훌륭한 일을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불법체류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제과점에서 일하고, 꽃을 사들고 문병을 가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나 몰라라 외면하지 않는 이웃. 두렵지만 현관에 서고, 손이 떨려서 라이터도 못 켜는, 평범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현재 미국에는 이태리인 불법체류자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인 불법체류자도 *20만 명이 있다.
불법체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다 먹고 살기 위하여 간,
평범한 사람들이다.

*제과점 주인 : 제과점 주인의 딸과 엔조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20만 명 : 우연의 일치일까?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2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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