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천안함 외교 '물거품'…'북한' 명시없는 안보리 의장성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천안함 외교 '물거품'…'북한' 명시없는 안보리 의장성명

"공격 규탄" 하면서도 공격 주체 없어…후속 행동 근거 삼기 어려워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임을 국제사회에서 공인받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유엔 외교가 물거품이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국들은 8일(이하 현지시간) 천안함 침몰을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공격 주체는 적시하지 않은 의장성명을 채택한다는데 합의했다. 정부의 애초 목표였던 '안보리 결의'는 의장성명으로 낮춰졌고,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조항도 들어갔다.

이로써 대북 심리전 재개, 서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 안보리 대북 조치 이후로 미뤄 놨던 각종 액션 플랜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국은 독자적·양자적 대북 조치는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의 지지'라는 명분이 퇴색됐기 때문이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 장면 ⓒ뉴시스

中, '공격' '규탄' 표현 양보하고 '북한 적시' 문제 챙겨

안보리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해 'P5(상임이사국) + 2(한국·일본)'이 잠정 합의한 의장성명 초안을 회람했다.

초안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5항)면서 "이에 따라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7항)고 밝혔다.

안보리는 또 "이번 사건 책임자들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4항)며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8항)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전체 맥락으로 봤을 때' 북한의 책임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정부는 중국이 반대해왔던 '공격'과 '규탄'이란 단어가 들어갔고 4항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뜻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초안 발표자로 나선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 문건이 직접적으로 북한을 비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명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천안함 공격은 비난받아야 하며 한국을 향한 추가 도발은 없어야 한다는 안보리의 판단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국들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듯

그러나 안보리 초안에는 핵심인 '북한 책임 적시' 부분이 없다. 4항에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들"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들어갔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북한을 명시적으로 비난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결정적으로 공동성명 초안 6항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초안에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9항),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10항)는 문구가 있다.

이는 향후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북한은 물론 한국에게도 주지시키는 대목이다. 북한이나 중국이 서해 군사훈련이나 심리전 재개 등을 반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요소다.

의장성명이 이처럼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문건이 된 것은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공격'과 '규탄'이란 표현을 넣도록 양보한 대신 핵심인 '북한 적시' 문제를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이번 의장성명은 관련국들이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만 남겨놓았을 뿐,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피격됐다는 국제적인 컨센서스를 얻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4일 안보리가 남측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인정하면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지난 7일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를 조금이라도 걸고 드는 모략문서가 조작되는 경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의 국가적 존엄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엄중한 침해로 간주하고 국권수호를 위한 정의의 결사대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안보리가 9일 오전 9시 30분(한국시간 9일 오후 10시 30분)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 최종 성명을 채택한 뒤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들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은 그리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장성명 초안이 바뀔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볼 때 이날 도출된 문건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안보리 논의는 지난달 4일 공식 회부된 지 35일 만에 결론을 내리게 됐다.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 외교통상부 비공식 번역본>

1. 안보리는 2010년 6월 4일자 대한민국(한국) 주유엔 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8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주유엔 대사 명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한다(note).

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 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개탄한다(deplore).

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incident)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하며(deplore),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대해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번 사건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call for).

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express the Security Council's deep concern).

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take note of).

7. 이에 따라(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한다(condemn).

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underscore).

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stress).

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

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