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공단은 전봇대로 유명하다.
그 대불공단에서 전봇대 같은 사내가 *올라왔다.
왜 전봇대냐구?
도통 움직이려 들지를 않으니까.
베트남 청년이다.
그의 문제는 퇴직금 차액 60만원을 못 받은 것.
이걸 받으려면 목포 노동부에 한 번은 가야 하는데.
내가 물었다.
"목포까지 갈래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갈래요"
"왜?"
조금 머뭇거리다가
"안 받을까봐요"
"왜? 너무 적어서?"
"예."
"여비로 10만원 써도 50만원 남는데!"
"그래요?"
"그럼 갈래?"
"아뇨."
"왜?"
"버스 타면 멀미 하거든요."
어떻게든 안 가려고 빼뇰거린다.
잘라 말했다.
"기차 타고 가."
한 동안 망설이더니 체념한 듯 물었다.
"혼자 가야 돼요?"
드디어 본심이 나왔다. 혼자 가라고 할까봐 겁이 난 거다.
"누구든 같이 갈 거야."
"그게 누군데요?"
"우리가 안 가면 목포에서 도와줄 사람 있어."
나는 현지의 외국인센터에 부탁할 참이다.
"만일 거기서도 안 도와주면요?"
"그러면 내가 직접 갈 거야. 됐어?"
"됐어요."
표정이 비로소 펴졌다.
잘 하면 목포 구경하게 생겼다.
*올라왔다 : 그는 대불공단의 조선업체에서 퇴직하고 올라와 화성의 마도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대불에서 올라오는 노동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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