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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골드만삭스 제소'로 월가 장벽 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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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골드만삭스 제소'로 월가 장벽 뚫나

[분석] 월가, 서브프라임 사태 주범으로 몰릴 위기

'은행세' 신설 등 금융규제개혁안에 격렬히 저항하던 월스트리트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침내 '월가 대표 은행'에 대한 제소 조치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동원해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에 제소한 것.

오바마 대통령은 SEC의 제소가 이뤄진 16일 "의회가 마련한 금융개혁법안에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면서 이번 고소가 강도높은 금융개혁안에 대해 저항하는 월가와 공화당을 겨냥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SEC가 제소한 골드만삭스의 혐의는 충격적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007~2008년 사이 '주택가격 하락'을 전제로 만들어진 복잡한 '파생상품'을 투자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는 것이다.
▲ 골드만삭스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SEC의 제소 소식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SEC의 제소, 더 많은 소송 제기하겠다는 의미"

이후 미국의 주택시장에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주택가격 하락'에 베팅한 파생상품을 만든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는 이 상품으로 단숨에 10억 달러를 벌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를 통해 이 상품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 CDO(부채담보부증권)이라고 불리는 이 상품을 구성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 중 99%는 가격이 급락했다.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골드만삭스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SEC의 제소는 법률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회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법정에서 반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P> 통신은 "SEC가 골드만삭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전문가들은 SEC가 제기한 혐의가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은행들에 대한 제소의 봇물을 터뜨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SEC가 제기한 혐의는 금융위기에 앞서 과열됐던 파생상품 시장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가 더 많은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신호탄이며, 수많은 소송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P>통신은 향후 몇 달 사이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될 소송 사태를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골드만삭스의 주주들이 사측의 부정행위로 주가 하락이 초래됐다며 이르면 19일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16일 13% 폭락하며, 하룻만에 시가총액이 12.5억 달러 감소했다.

-골드만삭스의 파생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사측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품을 자신들에게 팔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한다. SEC의 소송 대상이 된 거래의 투자자들이 앞장 서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비슷한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하는 다른 투자자들의 소송이 뒤따를 것이다.

-SEC의 소송 과정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서는 증거'가 나올 경우 문제의 거래와 관련된 골드만삭스의 경영진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금융업체들 전반에 걸쳐 모기지 관련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뤄진다.


외국 정부들도 소송 검토

<AP> 통신은 "이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 정부들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많은 나라들이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본 은행들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은 독일 정부가 골드만삭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런 분위기를 5월말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는 금융개혁법안 통과에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개혁법안의 상원 통과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은행위원장은 SEC가 제소한 골드만삭스의 혐의에 대해 "이같은 월가 관행을 종식시키고 경제가 파국을 맞지 않도록 월가 개혁안을 통과시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드만삭스 사태'로 이미지 구긴 워런 버핏과 존 폴슨

SEC는 문제가 된 파생상품을 실제로 만든 폴슨앤드컴퍼니에 대해서는 투자자 공시 의무가 없는 헤지펀드라는 이유로 이번 소송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와중에 떼돈을 벌며 단숨에 '헤지펀드의 전설'로 등극한 폴슨앤드컴퍼니의 창업자 존 폴슨은 '금융사기꾼'의 오명을 쓰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하바드경영대학원 출신의 존 폴슨은 2007~2008년 사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등으로 20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SEC가 제소한 골드만삭스의 혐의가 사실일 경우, 폴슨의 투자비결은 '부당 내부거래'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가격 하락에 베팅한 파생상품을 대대적으로 판매하고 투자한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의 행위는 주택시장의 폭락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탄받게 된다.

'월가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자칫하면 명성에 금이 가게 생겼다. 버핏은 금융위기에 타격을 받아 공적자금을 받을 정도로 부실해진 골드만삭스에 대해 "훌륭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금융업체"라며 극찬하며 대규모 투자를 했다.

하지만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골드만삭스의 주식매수 청구권의 평가액은 골드만삭스의 주가폭락에 따라 하룻만에 10억 달러가 넘게 감소했다.

앞으로 골드만삭스에 대한 버핏의 투자 평가액은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골드만삭스와 버핏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다.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투자한 2008년 당시에도 이미 골드만삭스는 부도덕한 거래혐의로 비판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 <CNBC는>는 "2주일 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릴 버크셔 해서웨이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어떻게 해명할지를 듣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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