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사업장에 친절한 한국인이 하나 있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다. 그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몰려드니까. 하지만 그가 떠나면 외국인도 흩어진다.
3년 전, 센터 초창기에 나는 많은 공장을 방문했다.
알선장을 갖고 온 외국인들을 내 차에 싣고 직접 공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취직시켰으니까.
타차이라는 태국인을 태우고 8키로 쯤 떨어진 사출회사에 간 적이 있다.
인사 담당자는 내 명함을 보고 굉장히 반가워했다.
"저하고 일가이시네요. 항렬도 같고. 목사님이 저한테 형님 되세요."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이름은 <한 0 수>였다.
그 인연으로 타차이는 그 회사에 고용되었고 인사 담당자는 그를 잘 돌봐 주었다.
자기 나라 사람을 잘 돌봐준다는 소문이 나자 태국인들이 그 회사에 몰리기 시작해서 몇 달 뒤에는 12명까지 늘어났다.
타차이는 그들 중에서 리더가 되었다.
2년이 흘렀을 때 인사 담당자가 회사를 떠났다. 따라서 태국인에 대한 보호막이 사라졌다.
우연일까?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타차이가 한국인 이사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개요는 이렇다.
태국인 하나가 기숙사 방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해먹었다. 이를 우연히 본 한국인 이사가 플라스틱 막대기로 그 태국인과 옆에 있던 타차이의 종아리를 가볍게 때렸다.
"이놈들, 식당에서 해먹으래도 왜 말을 안 들어?"
타차이는 분해서 플라스틱 막대기를 집어 던졌다. 자기는 그 음식과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인 이사의 화가 폭발했다.
타차이가 무심코 식당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뒤에서 구둣발로 타차이의 등짝을 찬 것이다. 타차이는 나동그라졌다.
태국인들이 사장님에게 몰려가 항의했다.
"사람을 발로 차다니? 이런 사람하고는 같이 일할 수 없어요. 그 한국사람 내보내주세요."
사장님이 냉정하게 말했다.
"한국사람 안 내보내."
태국인이 물었다.
"그럼 우리 태국사람 내보낼래요?"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회사는 불황으로 일감이 대폭 줄어서 사장님은 이미 감원 계획을 갖고 있었다.
다음날 태국인 12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게 작년 9월이다.
지금 그 회사에는 태국인이 없다.
따지고 보면 친절한 한국인 하나가 그만두고 나서 외국인이 썰물처럼 빠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요즘, 외국인을 끌어당기는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사람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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