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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

[한윤수의 '오랑캐꽃']<198>

2년 전 얘기다.
초췌한 스리랑카 노동자가 발안으로 찾아왔다. 한국에 온 지 열흘 밖에 안된 완전 초짜였다. 인천의 도금공장에서 하루 일하고 도망쳤다는데 발안에까지 오는데 7일이 걸렸단다. 인천, 시흥, 안산 등지의 스리랑카 친구 기숙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왜 도망쳤나고 묻자 그가 말했다.
"너무 무서워서요"
"뭐가 무서워?"
"지옥 같아서요."
공장이 지옥 같다는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공해방지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도금공장은 무시무시하다. 초짜라면, 뜨거운 김이 서린 가운데 빨갛고 파란 도금액이 끓고 있는 공장 내부를 보면 마치 열탕(熱湯) 지옥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당장 죽는 줄 알고 도망쳐온 것이리라.
"무서워도 1년은 일해야 되요."
"왜요?"
"1년 계약했으니까."
나는 그를 설득했다.
"한국 일, 쉬운 거 하나도 없어요."
"그래요?"
"쉬우면 한국 사람이 하지, 왜 외국인을 시키겠어요? 그러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나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처음엔 펄펄 뛰었다.
"세상에! 하루 만에 도망치는 그런 싸가지가 어디 있습니까?"
"겁이 나서 그랬다니까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사장님은 금방 풀어졌다.
"알았습니다. 보내세요."
나는 그를 다시 인천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일주일 쯤 후에 전화해보니 그는 공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초췌한 스리랑카인,
아마 여기저기 떠돌다가 잡혀서 추방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 떠돌고 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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