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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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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감

[한윤수의 '오랑캐꽃']<195>

아브라함은 밤중에 백화점에 들어가 2 달러짜리 블라우스 40벌을 훔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초범이고 훔친 물건도 값싼 것인데다가 깊이 반성하고 있으므로 판사는 가벼운 집행유예로 그를 석방하기로 했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고 성실하게 살아가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아브라함이 나가려고 하자, 호기심이 발동한 판사가 물었다.
"잠깐 기다리게. 그 백화점에는 밍크도 많고 값진 보석도 많았다던데 하필이면 값싼 2 달러짜리 블라우스를 왜 그렇게 많이 훔쳤나?"
아브라함은 고개를 저었다.
"재판장님, 이제 그만해두십시오. 저는 붙잡힐 때까지 두 달 동안이나 같은 말을 여편네한테 들어왔거든요."

두고두고 놀림감이 된 경우로 이건 가벼운 얘기다.
그러나 무거운 얘기도 있다.

네팔 노동자가 한국으로 오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정상적인 방법. 한국어 시험을 보고 오면 돈이 거의 안 든다. 비행기값 정도만 있으면 그냥 온다. 시험이 어렵지 않으냐고? 물론 어렵다. 하지만 나만 어려운가? 다 어려운 걸! 잘해봤자 거기가 거기고, 못해봤자 거기가 거기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시험만 보면 된다.

또 하나는 미리 겁을 먹고 돈을 주고 오는 방법. 시험만 보고 그냥 오면 될 걸 가지고, 브로커에게 속아서 거의 천만원을 주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은 네팔인들 사이에서도 두고두고 놀림감이 된다.
"저거 쪼다야."
심지어 어느 통역은 돈 주고 온 노동자를 내 앞에서도 모욕 주는 경우를 보았다.
"얘가 천만원 주고 온 바로 그 애예요."
그의 별명은 아예 <천만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속은 얼마나 쓰리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그는 불만이 많았다. 사장님에게도 불만, 회사에도 불만, 친구에게도 불만, 도와주는 나한테도 불만, 물론 한국에도 무지하게 불만!

놀림감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적대적이다.
적대적인 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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