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통역 M은 태국인의 특징으로 3가지를 꼽았다.
1. 싸우기 싫어하고
2. 조용히 살고 싶고
3.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나?
솔직히 M은 이걸 태국인의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왜냐하면 M은 태국에서 시집온 여성으로, 행여라도 태국인을 누가 안 좋게 얘기할까봐 노심초사할 뿐 아니라 태국인이 왜 좋은지를 적극 홍보하는 사람이니까.
태국인의 대변자라고 볼 수 있는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면 틀림없이 장점 아닌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런 장점은 동시에 태국인의 단점이기도 하다.
태국인 사폰은 노동자가 단 두 명인 회사에서 일했다. 그런데 그 두 명이 모두 태국인이었다.
하지만 둘은 친구기 아니었고 회사에 와서야 인사를 튼 사이였다.
그 동료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크게 다쳤다.
사장님은 병원으로 달려갔다.
환자를 수술해야 하지만, 병원에서는 수술보증서에 싸인하지 않으면 수술할 수 없다고 버텼다. 사장님은 할 수 없이 싸인했다. 하지만 혼자 싸인한 게 찜찜하고 억울했다. 그는 사폰을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에 돌아온 그는 사폰에게 종이 한 장을 내주며 말했다.
"나도 보증 섰으니 너도 보증 서야지. 여기 싸인해."
사폰은 아무 저항없이 싸인했다.
그후 사폰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사장님은 밀린 월급을 주지 않았다.
동료의 수술비로 천만 원이 나왔는데 너도 보증을 섰으니 반은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폰은 놀라서 나를 찾아왔다.
"수술비 나도 내야 해요?"
"혹시 *보증서에 싸인했어요?"
"예."
"그럼 내야지."
"그래요?"
"근데 왜 싸인했어요?"
"사장님이 싸인하라고 해서요."
"그럼 사장님이 죽으라면 죽을 거예요?"
"........."
그는 아무 소리도 못했다.
나는 M이 얘기한 태국인의 성격 3가지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폰이 증거 아닌가! 사폰은
1. 싸우기 싫어서 사장님에게 NO! 라고 말하지 않았고
2. 조용히 살고 싶어서 싸인했으며
3. *나눠주는 것을 좋아해서 자기 돈으로 남의 수술비를 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태국인은 이렇다.
하지만 이게 장점인지는 모르겠다.
*오토바이 : 동료가 타고 다니던 그 오토바이는 도난당한 장물을 산 것이었다. 당연히 보험에도 들지 않아서 모든 치료비를 본인 아니면 보증인이 물 수밖에 없다.
*보증서에 싸인 : 다행히도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원본 보증서에는 사장님의 싸인만 있다. 사폰이 싸인한 것은, 수술 후에 사장님이 자신의 책임을 면탈하려고 만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유사 보증서다. 후자가 법적으로 효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눠주는 것 : 엄밀히 말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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