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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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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Ⅲ

[한윤수의 '오랑캐꽃']<186>

태국인 불법체류자에게 일을 시키고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해결사를 고용하여 협박한 회사 이야기를 두 번에 걸쳐 쓴 적이 있다.

차이안과 프라싯은 퇴직금 각각 620만원, 680만원을 못 받고 출국했지만 크게 걱정하는 빛은 아니었다. 우리 센터를 신뢰하니까.

나는 그 회사를 상대로 민 형사 소송을 진행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장애물이 계속 나타났다.

차이안에게서 가끔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목사님, 돈 안 줘요?"

"기다려! 시간 많이 걸려."

검찰에서 한 번 전화가 왔다.

"형사 조정할 생각 없습니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왜요?"

"그 회사 무뎁봅니다."

그 무렵 사장님이 나를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십중팔구 사장님들은 형사처벌 받기 직전에 찾아오니까. 호적에 빨간 줄 가는 것을 누가 좋아하랴! 그러나 그 사장님은 이상하게도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재산이 압류되었을 때 법률구조공단에서 한 번 전화가 왔다.

"사업주가 찾아 와서 억울하다고 하네요. 여기까지 찾아오는 회사는 처음인데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것 같다. 법적인 판단은 판사가 하는 건데, 애꿎게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해결사를 고용하여 노동자를 협박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공단 직원은 "아! 그랬군요"하고 비로소 이해하며 계속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디어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퇴직금은 결국 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될까요?"

"지금 당장 주실 겁니까?"

"예."

"그럼 10프로 깎아주죠."

"고맙습니다."

"두 사람 외화송금계좌로 각각 입금시키시고, 은행 송금영수증 가지고 방문해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한 시간 쯤 후 사장님이 송금영수증을 들고 왔다.

고소취하서를 떼어주며 물었다.

"왜 형사처벌 받기 전에 찾아오시지, 이제야 오셨어요?"

"벌금만 내면 그걸로 끝나는 줄 알았거든요."

종업원이 70명이나 되는 사장님이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주위에 참모는 없고 해결사만 있나?

"벌금은 벌금대로 물고, 퇴직금은 퇴직금대로 줘야 하는 겁니다."

사실은 법률구조공단에서 쓴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겠지만 그 이야긴 꺼내지 않았다. 차이안에게 송금된 돈은 550만원. 프라싯에게 송금된 돈은 600만원이었다. 몇 만원씩 우수리는 떼었지만 모른 척했다.

▲ ⓒ한윤수

* 해결사를 고용하여 협박한 회사 이야기 : 오랑캐꽃 94번 해결사Ⅰ(2009. 6. 29) , 오랑캐꽃 95번 해결사Ⅱ(2009. 6. 30) 참조

* 차이안 : 송금한지 이틀 만에 수화기를 통해 차이안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사님 고마워요!" 너무나 반가워 "마이뻰라이!(천만에!)" 내가 태국 전화번호를 몰라 연락도 못했는데 귀신같이 알고 전화한 것이다. 아마도 텔레파시가 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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