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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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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향

[한윤수의 '오랑캐꽃']<164>

전에는 우리 센터의 통역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이주 여성 와라펀이 왔다.
보름 전에 가족과 함께 태국에 갔다 왔다며 인사차 들른 것이다. 귀한 선물까지 사가지고.
한국산 감 한 상자에다가 여직원들에게 줄 태국산 지갑과 화장품 주머니 그리고 <*카워땐무영>이라는 태국 과자.
"뭐 이런 걸 뭘 다!"
하면서도 반가워서 얼른 받았다.
전에 다니던 직장까지 신경 써주다니 참으로 고맙다.
"태국 가니 좋았어요?"
너무나 뻔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감격해서 대답했다.
"좋았죠. 꿈만 같았어요."
하기야 4년 만에 고향을 찾았고, 대체적으로 처가에 가기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인 남편까지 동행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그녀는 4년 사이에 고향 산천이 많이 변했더라고 얘기했다.
"큰 마트가 생겼어요. 땅값도 많이 오르고."
여기나 거기나 부동산 투기가 극성인 모양이다.
"물건 살 사람이 있어요? 그런 큰 마트가 생기게?"
"라오스 사람들이 많이 사러 와요. 우리 고향은 라오스 국경하고 바로 붙어 있거든요."

▲ 와라펀과 두 딸. 왼쪽이 채린이ⓒ한윤수

그녀가 제일 기뻐한 것은 큰딸 채린이가 엄마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점이다. 채린이가 말했단다.
"엄마, 나 태국말 배우고 싶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또 특히 외삼촌이 채린이를 이뻐해서 태국말로 얘기하고 얼굴을 쓰다듬고 옆구리를 간질이고 장난을 치는데 채린이 자신은 한 마디도 못하니 무척이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태국말을 진짜로 배우고 싶은 것이다.
그 동안 와라편은 채린이에게 매일 잠자기 전 10분씩 태국말을 가르쳤었다. 하지만 채린이는 귀찮아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본인이 나서서 태국말을 배우겠다니 이건 엄마의 고향이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닌가.
나는 그녀를 한껏 격려해주었다.
"태국어 하면 좋죠! 태국어 잘하는 한국 사람이 없고, 한국어 잘하는 태국 사람이 없는 마당에, 채린이 같은 아이가 태국어 잘하면 우리나라의 인재가 되는 거지요."
와라펀은 반색했다.
"그렇죠? 목사님. 근데 잘 배울 수 있을까요?"
"집에 가정교사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독(獨)선생은 채린이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점심을 먹고 가라고 했으나 그녀는 바쁘다며 일어섰다. 비록 4박 5일이라는 짧은 여정으로 고향엘 다녀왔지만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건 아마도 태국어에 눈뜬 딸에게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카워땐무영 : 카워는 쌀밥이고 무영은 돼지고기이므로, 쌀밥과 돼지고기를 섞어 튀긴 스낵 종류다. 우리나라의 튀긴 누릉지와, 맛과 모양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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