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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부

[한윤수의 '오랑캐꽃']<120>

부부가 같이 한국에 왔으나 서로 멀리 떨어져서 일하는 것은 고통이다. 이런 경우에 부부는 어떻게든 가까이 다가가기를 원하며 그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이든 감수한다.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경북 문경에서 드물게 보는 미인이 올라왔다. 태국인으로 이름이 카피(가명)다. 토요일 아침 10시 반에 버스로 문경을 출발하여 수원 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12시 반. 수원에서 다시 제부도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화성 마도에 도착하여 거기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하룻밤을 지낸 후 남편과 작별하고 오늘 일요일 아침에 발안에 온 것이다. 그녀는 오후 2시 40분 수원발 버스로 다시 문경에 내려가야 하니 한 시도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녀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남편 회사 근처로 직장을 옮기는 것!
그녀는 4년 동안 문경의 제사공장 한 군데서만 일했다. 순진하기도 하지, 경북 산골에서 4년 동안 꼼짝도 안하고 근무하다니. 회사래야 한국인 4명에 태국인은 카피 한 명뿐이니 가족적인 분위기이긴 하다. 그래서 더 움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보통 시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카피처럼 4년을 한 공장에서 일하기 쉽다. 한 공장에서 4년! 나는 이것을 <시골 노동자의 일반 공식>이라 부른다. 공식은 이렇다.
외국인 노동자는 만 1년이 되었을 때 회사를 바꿀 수 있지만 시골에서 일하는 초년병은 대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통과!
만 2년이 되었을 때 또 바꿀 수 있지만 이때는 사장님이 탐날 만한 조건을 제시한다.
"1년 더 연장하면 재입국 시켜줄 게!"
재입국 시켜주면 3년을 더 일할 수 있으므로 *시골 노동자들은 이 유혹에 대개 넘어간다. 또 통과!
만 3년이 되면 고국에 한 달 갔다 와서 그 회사에 최소 1년을 더 근무해야 한다. 3년 플러스 1년!
이래서 보통 시골 노동자는 4년 동안 한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카피는 이제 무조건 옮기려고 한다. 남편이 최우선이니까. 다행히 제사공장에도 일거리가 많지 않아서 그녀를 순순히 놓아줄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시골에서만 지내서 아무것도 모른다. 어떻게 직장을 옮기는지 절차도 모르고 거쳐야 할 관공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절차와 약도를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다.

1. 1년 만기가 되는 날 문경고용지원센터에 가서 구직필증을 받을 것,
2. 같은 날 대구시 동구 안심로에 있는 대구출입국사무소에까지 가서 비자 연장을 신청할 것.(하루라도 늦으면 벌금 10만원이다.)
3. 수원으로 올라와 수원고용지원센터에서 알선장을 받을 것
4. 알선장을 받는 즉시 발안 센터로 올 것. (그러면 우리 직원이 알선장에 나온 공장 중에서 남편과 가까운 공장을 골라서 전화를 걸어줄 것이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직장 옮기는 게 왜 이리 복잡한가? 전문가인 내가 생각해도 어지러울 정도다. 꼭 이래야만 하는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없나? 참으로 안타깝다.

그녀는 또 시골에서만 지내서 그런지 퇴직금도 상식 이하로 조금밖에 못 받았다. 3년 퇴직금이 160만원이란 것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태국에 갈 때 국민연금도 못 받았단다. 하지만 이런 돈 문제는 직장을 옮기고 난 다음에 따져도 늦지 않다.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것은 부부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시골 노동자들은 이 유혹에 : 시골 노동자들은 유혹에 넘어가지만 화성 안산 시흥 구로 가리봉 등 대규모 공장지대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그런 유혹에 여간해선 넘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재입국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 볼 때 물어보지도 못하는가? "재입국 시켜 줄 거예요?"하고.

*원스톱으로 처리 : 원스톱으로 처리하려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와 법무부 출입국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두 부서의 높은 분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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