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캄보디아인 3명이 올라왔다.
원단공장에서 일하는데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캄보디아 동료 하나가 진폐로 병원에 입원해 있단다.
이들 전부가 회사를 옮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회사를 옮길 수 있는지를 물었다. 먼지 나는 공장은 아무도 가지 않으므로 노동력이 항상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그런 회사의 사장님이 노동자들을 순순히 보내줄 리가 없지.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을 가르쳐줄 수밖에 없었다.
"1년 만기가 되면 옮길 수 있지요."
"지난 3월 20일이 만기였는데. 이젠 안되요?"
"안되요. 내년 3월이 되기 전에는."
그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기숙사에 있기만 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요? 공장을 이탈한 건 아니니까 설마 이탈 신고는 못하겠지요?"
나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를 설명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일을 안 하는 것은 스트라이크. 즉 파업이에요. 파업은 한국 노동자들도 엄격하게 다루는데, 외국노동자는 바로 추방됩니다. 이탈하면 불법체류자로 살아갈 수 있지만 파업은 바로 한국 떠나야 되요."
그들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면 방법이 없어요?"
나는 속사정을 솔직히 설명했다.
"먼지 나는 공장은 한국 사람이 일 안해요. 그래서 외국 사람 쓰는 겁니다. 사실 외국 사람도 일 안하면 그 공장 문 닫아야 되요. 그래서 1년 계약 하면 1년 일하게 법으로 묶어놓은 거예요. 알았어요?"
"그럼 방법이 없겠네요?"
"다만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진짜로 아픈 거니까 회사 바꿀 수 있어요."
"어? 우리도 아픈데."
"아프다는 거 말로는 안되요. 의사가 싸인한 진단서가 있어야 되요."
"우리도 검사 받았고 진단서도 있어요."
"어디 있어요?"
"대전 기숙사에요."
"그럼 그 진단서 가지고 대전고용지원센터에 가서 옮겨달라고 한번 얘기해보세요."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그들은 밝은 얼굴이 되어 떠났다.
그들이 떠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단 공장에 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왜 사장님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을까? 비용이 아까워서? 만일 비용이 아까워서 방재시설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회사에는 산업안전공단에서 점검을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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