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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한윤수의 '오랑캐꽃']<101>

며칠 전부터 이상한 전화가 걸려온다
"거기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맞죠?"
"예, 맞아요."
하면 으레 따라 묻는 말이 있다.
"그럼 혹시 거기 김OO이라는 사람 있나요?"
"아뇨. 그런 사람 없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기분이 영 안 좋다. 누군가가 우리 센터 직원을 사칭하고 다닌다는 얘기니까.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 우리 센터는 브로커가 발붙일 틈이 없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노동부에 갈 때 노동자와 항상 동행하니까!

마치 외국인센터의 직원인 양,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노동부에 출석까지 하는 브로커가 있다. 외국인센터의 직원들이 노동부에 직접 가지 않기 때문에 생긴 틈새 현상이다.

일례로 A시의 콜밴 기사는 B(가명)라는 외국인센터의 자원봉사자로 실제 등록이 되어 있다. 이 사람은 평택 아니라 멀리 천안 노동부에까지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태워가고 태워오고 하면서 호된 요금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A시에서 평택까지 콜밴 요금이 보통 5만원이면 되지만 이 사람은 17만원을 받기도 한다. 왜 이렇게 많이 받아도 이 차를 타냐고? 첫째는 길 찾아 가고 오고 하는데 전혀 신경 안 써도 되고, 이 사람이 옆에 있으면 사장님이 나와도 겁이 안 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친절한 콜밴 기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외국인의 보호자로 자처하기도 한다. 물론 진짜 보호자는 아니고 양의 탈을 쓴 늑대일 뿐이지만. 불법체류자의 퇴직금 600만원을 제멋대로 150만원으로 깎아준 적도 있으니까. 이렇게 깎아주면 사장님들이 고마워 뒷돈을 찔러준다. 브로커도 좋고 사장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인데, 죽어나가는 것은 노동자라는 게 문제다. 노동자에게 줄 돈을 사장님과 브로커 둘이 나눠먹는 거니까.

수원 고용지원센터에 막 들어서려고 하다가 수상한 광경을 목격하고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중년의 사나이가 고용지원센터 문 앞에 밴을 대놓고 외국인 노동자 여러 명을 태우는 게 아닌가! 저거 틀림없이 브로커지! 싶어서 밴으로 달려가서 따지듯 물었다.
"외국인들 데리고 어디로 가는 겁니까?"
사나이가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다.
"왜요?"
"태워다 주는 값으로 얼마씩 받는가 해서요"
그가 픽 웃었다.
"저, 회사 사장이에요. 여기서 외국인 몇 명 고용해가지고 데려가는 거에요."
아차 실수했구나 싶어 얼른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다른 도시에선 콜밴으로 외국인 태우고 다니며 바가지를 씌우는 사람이 있어서요."
무슨 구경거리가 났나 하고 달려온 택시 기사도 거들었다.
"이건 콜밴이 아니라 자가용 밴이잖아요. 자가용 영업하면 우리 택시 기사들이 가만있겠어요?"
그제서야 보니 영업용 밴이 아니라 자가용 밴이다.
"그렇겠네요! 자가용 영업하면 택시 기사들이 가만 안 있겠죠?"

내가 하릴없이 머리를 긁는 동안,
사장님과 택시 기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이 사람 되게 웃겨!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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