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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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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모습

[한윤수의 '오랑캐꽃']<96>

무지하게 인상을 쓰는 노동자가 있다. 태국인으로 이름이 나롱이다.
온 세상의 고민을 혼자 짊어진 듯 이마에 패인 굵은 주름을 가지고 열두 가지 모양으로 인상을 쓰고 있는데 항상 심각한 표정이라 상대방까지도 불안해지는 게 큰 단점이다. 장점을 굳이 찾아본다면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불행에 필요 이상으로 만반의 대비를 한다고나 할까.
유비무환?
좋지!

나롱이 상담 받는 모습을 멀리서 보는데도 너무나 걱정되어 보여서 내가 물었다.
"노동부에 진정했다구요?"
"예."
"그럼 뭘 걱정해요?"
"진정해도 돈을 안 주잖아요."
"걱정 말아요. 감독관이 형사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송치하면 다 줘요."
"그래도 안 주면요?"
"가압류하면 다 줘요"
"그래도 안 주면요?"
"민사소송해서 이기면 다 줘요."
"그래도 안 주면요?"
"경매 들어가면 다 줘요."
"그래도 안 주면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렇지, 다 주게 되어 있다니까."
"그래도 안 주면요?"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도 안 주는 거 없어, 인마! 그리고 너 좀 웃어!"
그는 비로소 웃었다.

▲ ⓒ한윤수

찰칵.
웃는 모습이 좋아 사진을 찍었다.
혹자는 이게 무슨 웃는 모습이냐고 시비를 걸지 모르지만, 나롱으로선 이게 최고로 웃는 모습이다. 마치
"나롱! 이게 웃는 모습이지롱!"
하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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