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자살한 화물연대 박종태씨의 추모집회로 열린 16일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450여명의 노동자들이 체포되었다. 과거 독재정부 시절의 대규모 체포가 재현된 셈이다. 이에 맞서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결의해놓고 있다. 올해도 역시 물류대란이 예상된다. 늘 미봉책에 그치고 마는 타협안이 또다른 갈등을 예비한 채로 마무리되곤 했던 탓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해마다 반복되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사람이 죽든 말든 아예 문제제기조차 못하도록 무자비하게 억누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를 보면 과연 국민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생각이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아무리 돌아봐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억압할 생각은 아주 분명해 보이지만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요구사항의 수용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 배경과 이유를 살펴보는 노력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국민의 생존 위기에 무감각한 정부
그러나 문제의 배경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만 문제삼아 처리하려는 태도는 결국 절박한 생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지금도 진행중인 용산참사나 이번 화물연대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애꿎은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무런 성찰이 없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다. 이명박 정부가 이후로도 계속 같은 태도를 취한다면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도대체 국민의 요구에 귀를 닫은 정부가 나라가 서는 근본인 국민에게서 어떤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화물연대의 파업이 되풀이되는 것은 화물연대 노동자가 제기하는 생존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노동자의 택배수수료 문제가 해고와 노조탄압에 이어 박종태씨의 자살과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까지 번지게 된 이유는 그것이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반복적인 파업은 말할 나위 없이 화물연대 노동자 대다수가 절박한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이상한 구조 아래서 살아가는 이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공동체 구성원의 생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라는 굴레를 쓴 특수고용노동자
이 문제가 노동수단을 스스로 제공한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자'로 불리며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법적 지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들은 우리 주변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등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그보다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해 촛불시위에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동참하자 많은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로 맞아준 것은 유류비 급등으로 화물을 싣고 다닐수록 손해를 보는 그들의 절박한 처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촛불시위의 와중에 있었던 약간의 운송비 인상은 촛불의 작은 승리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물류씨스템의 재검토를 통해 근본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촛불에 대한 그의 반성이 진심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듯이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니 운수노조 등에서 탈퇴시키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생존을 위한 단결마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뒤떨어진 노동법, 물류씨스템부터 고쳐야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에게 사용자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해 기업의 비용을 떠넘기는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그 출발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노동형태가 다원화되고 다양화된 현실에 비추어 대량생산 씨스템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노동법이 이들을 보호 대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불일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은 다양한 노동형태에 따라 논란이 많을 것이므로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관련전문가들은 조사 결과 노동형태의 다양성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마침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법률이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어 있으므로 6월 국회에서 이를 다루어야 한다.
둘째로, 물류씨스템의 근본 개혁이 필수적이다. 현재 화물의 유통경로는 하청과 재하청으로 엮인 다단계 알선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피라미드의 하부에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이 구조가 상존하는 한 화물연대에 속한 노동자의 운송수수료 인상 요구는 상존하기 마련이다. 유통경로가 피라미드 구조인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개선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개선 비용이 매년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결코 많지 않으며, 오히려 물류씨스템 개혁으로 얻는 사회적 편익이 장기적으로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셋째로, 이번 화물연대 파업의 시발이 된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운송수수료와 복직 등의 문제를 푸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은 해결 능력을 갖춘 정부를 원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억누르려는 발상으로 지금의 우리사회를 끌어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애꿎은 국민을 더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말고 선거운동 때부터 청계천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다고 그렇게도 강변하던 자신의 해결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들도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만들어낼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럴 때에야 비로소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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