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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재상 수상자는 소설가 박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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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재상 수상자는 소설가 박태순씨

"수상작 <나의 국토 나의 산하>, 21세기 국토인문학의 지평 열어"

역사가이자 사상가이며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의 역사정신과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단재상'의 올해(제23회) 수상자로 소설가 박태순(朴泰洵)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나의 국토 나의 산하>(전3권, 한길사, 2008). 역사와 인문 정신을, 온몸으로 우리 국토를 답사하면서 새롭게 인식하는 탁월한 기행문학으로,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여행기에 매몰되지 않고 국토의 인문지리와 사회변동의 양상,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면서 문학역사지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역작이란 평가다.

▲ 지리산에 선 박태순씨 ⓒ황헌만

단재상운영위원회(이만열 이이화 임헌영)는 1980년대 <국토와 민중>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한결같은 국토정신에 대한 탐구를 높이 평가하면서, 특히 이번 수상작을 "21세기 실학정신의 총화"로 의미부여했다. 운영위원회는 "국토의 풍경이 오늘의 민족사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그 전망까지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단재 신채호의 민족의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박태순씨는 1964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소설 창작만 아니라 보고문학, 현장문학에 몰두한 작가이다. 소설집으로 <무너진 극장> <정든 땅 언덕 위>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문예운동사> <1960년대 사회운동사>(공저) <시인의 꿈, 민족의 꿈>등을 펴냈다.

<작가기행>(민음사, 1975) <국토와 민중>(한길사, 1983), 역사인물기행 <인간과 역사>(계간 <오늘의 책>연재, 1986) <사상의 고향>(<월간 중앙> 연재, 1988~89) 중국기행 <신열하일기>(<서울신문> 연재, 1991) 등을 통해 한국 기행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순수문학·보고문학·현장문학 그리고 기행문학을 두루 거친 그는 이 땅의 지리와 역사, 문학, 삶의 풍경을 종합해낸 <나의 국토 나의 산하>를 통해 국토인문학을 우리 앞에 확실하게 제시했다. 이 작업엔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동행했다. 박태순씨는 현재 국토학교 교장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상식은 2009년 5월 27일(수) 오후 6시,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문화회관에서 갖는다.
단재상은 1986년 한길사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서거 50주기를 맞아 제정한 상이며, 매년 한국사·한국사회·한국사상·한국문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업적과 실천활동을 고려하여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다음은 단재상운영위원회의 심사경위 전문.

단재상운영위원회는 단재의 민족·민주·평화 사상에 입각하여 인문·사회·문학 전 분야에 걸쳐 지난 1년간의 여러 빛나는 저작과 활동을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 작가 박태순(朴泰洵)의 <나의 국토 나의 산하>(전3권)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박태순은 소설가, 문예운동가, 기록작가이며 탁월한 번역가이다. 분단과 개발독재시대의 도시 변두리 빈민들의 삶을 증언하면서 동시에 변혁의식을 고양시키는 4월혁명에 관련된 소설을 썼으며, 문예운동가로서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에 앞장섰다. 기록작가로서는 노동현장과 도시빈민의 실상을 직접 취재했고, 번역가로서는 제3세계의 변혁문학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수상작인 <나의 국토 나의 산하>는 박태순이 여러 분야에 걸쳐 그동안 그가 쌓아온 저술활동의 결실로서 우리 시대 인문학의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다.

"국토는 언제나 가장 구체적이다. 모든 추상적인 담론을 걷어내고 국토의 깊숙한 고갱이를 찾고 또 찾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작가는 이러한 국토탐구의 정신으로 3년간의 현장취재를 해냈으며, 2005년 10월부터 1년간 <경향신문>에 <우리 산하를 다시 걷다>란 제목으로 연재하고, 그후 방대한 문헌과 자료 연구를 토대로 글을 새롭게 집필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전체 39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국토기행문학'을 인문·사회·사상사의 차원으로 승화시켰으며, 분단의 극복을 희원하는 새로운 시대의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자 <택리지(擇里志)>, 실학의 현대적 결실로서 21세기의 <열하일기(熱河日記)>라 부를 만한 저술 업적을 이룬 것이다.

박태순은 긴 역사의 격랑을 거치는 동안 민중의 피와 땀과 눈물과 더불어 환희와 격정과 신명이 스며 있는 국토를 지리학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민속·문화·예술·철학·정치·경제·문화인류학·생태·평화사상 등 다양한 각도에서 주체적인 민족의식과 민주주의적 가치관의 프리즘을 통해 치밀하게 답사한다. <나의 국토 나의 산하>는 저자의 예리한 관찰에 더해 역사적 기록을 총체적으로 검토하면서 국토의 풍경이 오늘의 우리 민족사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그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일방적인 개발주의에 입각한 경제논리가 초래한 국토의 황폐화를 냉철하게 비판한다. 이 황폐화란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현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문화의 손괴이자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반평화적인 국토질환 현상임을 부각시킨다.

국토에 대한 박태순의 인식과 상상력은 '21세기 실학정신의 총화'라고 할 만한데, 이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민족의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제1권 '거대한 뿌리 백두산' 편에서 단재 선생이 심혈을 기울였던 고대사의 원형을 복원시키려는 정신을 계승함으로써 수상의 의미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1942년 황해도 신천(信川)에서 출생한 박태순은 47년 월남, 한국전쟁으로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60년에 서울대 영문과에 입학한 직후 4월혁명에 참여한 '문단 4·19세대'다. 그는 타고난 '역마직성' 탓에 방랑과 음주벽, 난민촌 칩거로 떠돌기도 했으나 복학하여 64년에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그해에 <사상계>에 가작 입선(단편 「공알앙당」)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66년 <세대> 제1회 신인문학상(중편「형성」) 당선, <경향신문> (「향연」)과 <한국일보>(「약혼설」) 신춘문예에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하여 연속되는 등단의 영광을 누린다. 이는 작가의 결벽증 또는 완벽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가 박태순은 1960~70년대에 도시빈민의 삶을 보고문학적 기법으로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때 도시빈민의 실체는 두 가지로 나뉜다. 월남한 실향민의 군상이 단편 「사민」(私民)과 장편 『가슴 속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 등에서 그려지고 있다면, 판자촌 철거민이나 이농민들의 삶이 「정든 땅 언덕 위」를 비롯한 「외촌동 사람들」 연작 18편에서 다뤄지고 있다. 박태순은 도시 변두리 인물의 삶을 형상화함으로써 개발독재시대의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을 음각시켜 그 극복의지를 투사했다. 도시빈민들의 삶에 대한 탐구는 이내 중산층의 타락과 허위의식을 그린 「침몰」「속물과 시민」「좁은 문」등으로 계승되어, 한국사회가 직면했던 모순과 갈등의 극복을 위한 비판의식의 마비와 민주화의 지연 양상을 해부한다. 소시민 의식의 해부는 4월혁명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무너진 극장」「잘못된 이야기」 「4월제」(四月祭) 「어느 역사학도의 젊은 시절」 등에서도 드러난다. 지배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변혁의 주체세력도 아닌 부동층(浮動層)에 속하는 세력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4월혁명의 성공과 한계, 궁극적인 좌절을 예견한 일련의 소설들은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다룬 소설들과 맥이 닿아 있다. 박태순의 작가정신은 80년대 군부독재치하에서 변혁의지로 만개한다.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다룬 「밤길의 사람들」은 변혁주체 세력을 전면에 등장시켜 민중이 주체가 되는 변혁운동의 장렬한 광경을 그린 문제작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소설 창작에 못지않게 박태순에게 중요한 작업은 역사적 증언으로서의 기록이었다. "나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산문가이었으리라 생각한다"(「갈등의 시대에 선 모순의 문학을 위하여」)는 작가의 고백은 적확하다. 사실 그는 7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당면했던 갈등과 모순의 현장을 누비며 보고문학의 선두에 서왔다.


「분신―전태일」(1970), 「광주단지(廣州團地) 3박 4일」(1971), 「한국탐험」(1973), <작가기행>(1975), <국토와 민중>(1983), 「인간과 역사」(계간 <오늘의 책> 연재, 1986), 「사상의 고향」(<월간 중앙> 연재, 1988~89), 「신열하일기」(<서울신문> 연재, 1991) 등 일련의 작업은 분단현대문학사에서 보고문학을 본 궤도에 진입시킨 업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이 가운데 <국토와 민중>은 기행문학의 지평을 확대시키면서 일반 독자들뿐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 장르의 작가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준 역작으로 새삼 기억된다.

박태순은 문예운동가이기도 했다. 1974년 1월 6일 '문학인 61인 시국선언'을 발기했으며, 같은 해 11월 고은·이문구와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한국작가회의 전신)를 창립하고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문예운동사>를 기록했고, <실천문학>간행 발기에도 참여했다. 4·19세대의 증언자로서 <1960년대 사회운동사>(공저)를 쓰고, 인권운동협의회와 평화시장대책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하워드 파스트의 소설 <자유의 길> <랭스턴 휴즈 시선집> <팔레스티나 민족시집>,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민중의 지도자>등을 발간하는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단재상운영위원회 일동은 이와 같은 박태순의 저술 업적과 실천적 활동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정신과 이념을 구현한 것으로 높이 평가하여 제23회 단재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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