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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초강경 대응 예고…한국, 잃어도 조금만 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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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초강경 대응 예고…한국, 잃어도 조금만 잃자

[기고] PSI 및 北인권결의 공동제안 참여 유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응 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2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유엔의 제재가 있을 경우 6자회담에 불참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이어, 26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관련 논의가 상정, 취급만 되어도 6자회담에 불참하고 비핵화 조치를 되돌릴 것임'을 경고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6일 기사에서 '2006년 핵실험이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며, 이번에도 '초강경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혀 추가 핵실험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북한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현실화될 유엔에서의 제재 논의를 최대한 무력화시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발표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북한이 이후 정치적 상황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할 경우 6자회담에 불참할 뜻을 시사하는 24일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읽고 있는 아나운서 ⓒ연합뉴스

결국엔 북미협상으로 귀결될 것

먼저 북한의 주장과 현 국제 상황에 근거해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북한이 4월 4~8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는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을 이유로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결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제재의 수위를 놓고 상임이사국간에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타협의 결과로 구속력 없는 성명 같은 게 발표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북한에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제공할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6일 유엔 안보리가 "평화적 위성발사에 대하여 단 한마디라도 비난하는 문건 같은 것을 내는 것은 물론 상정 취급하는 것 자체"가 "난폭한 적대행위"이며, "적대행위로 하여 9.19 공동성명이 부정당하는 그 순간부터 6자회담은 없어지게" 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향하여 지금까지 진척되어 온 모든 과정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고대로라면 북한은 유엔에서 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것과 동시에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더 나아가서는 핵시설 복구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역행' 조치를 비난하겠지만 그 비난이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대응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지금은 마땅한 게 없다. 불능화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경제·에너지 지원분은 이미 갈 만큼은 다 갔기 때문에(일본과 한국 몫 가운데 제공되지 않은 부분은 일본의 정치적 상황과 검증문제 미합의 등으로 당분간 제공될 계획이 없다) 지원을 끊는다는 게 카드가 될 수는 없다.

만약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활동 강화나 양자 차원의 대북제재 등을 동원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 한다면 북한은 <조선신보>에서 시사한대로 2차 핵실험으로 가거나 적어도 그런 움직임을 위성을 통해 흘리며 오히려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영변 핵시설의 복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이 이어지는 상황. 오바마 행정부가 그걸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게다가 미국에는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 2명의 미국인 여기자가 지금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북한을 무력으로 응징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한, 억류된 기자들의 안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한, 협상 말고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아마도 기존의 6자회담(혹은 6자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안보리가 제재를 논의하는 순간부터 6자회담은 없어진다'고 선언했다.

결국 미국과 (6자 틀을 벗어난) 양자 회담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는 방법은 양자협상에 응하는 방법 밖에 없다.

'따지는 못해도 잃지는 말아야지'

지금까지 북한과 국제사회의 입장을 토대로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이 시나리오가 그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과연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북미 양자 구도로 협상이 진행될 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을 통해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이 대화 구도에 들어가 있지 못한 만큼, 우방국인 미국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인데, 이 방법은 자칫 국내에서 '한국소외론'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1993~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의 경험처럼,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자인 한국은 무얼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북미 협상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관계가 모두 잘 안 풀리는 결과가 초래됐다.

둘째, 북한을 설득해 남북대화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북미관계의 궁극적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도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설득시켜 북한이 남북대화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게 실현되기만 한다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윈-윈하는 가장 바람직스러운 방법이겠지만, 남북간 신뢰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로서는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방법을 지향해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선다면 지금부터 그 기초를 닦아갈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러한 주문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이 남한에 강경조치를 쏟아내고 있고 현 정부의 지지층은 엄연히 보수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떻게 이명박 정부가 일시에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최선은 '따는 것보다 최소한으로 잃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다.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전환의 포인트를 지켜보되,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북한의 행동에 대한 맞대응이나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들은 전략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는데, 요즘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PSI 전면 참여 검토'나 유엔 인권이사회에 상정된 북한 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 등은 상당히 안타까운 대목들이다.

PSI 문제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인 만큼 '전면 참여 검토'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남북관계를 더욱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도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만큼 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것 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구태여 공동제안국으로까지 참여해 남북관계를 더욱더 악화시킬 필요가 있는가?

인권 문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북한의 눈치를 봐야 되기 때문이 아니라, 향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를 생각해서 지금은 신중한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다가 올 정세를 냉철히 조망하고, 우리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부의 전략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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