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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인 노동자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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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외국인 노동자를 쓸까?

[한윤수의 '오랑캐꽃']<54>

몇년 전 안산에서 일할 때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동사무소의 사무장이란 사람이 외국인들을 손가락질하며 자기 발등 찍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저것들, 다 지들 나라로 보내야 해."

그는 자기가 누구 때문에 월급을 받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 동네는 외국인 때문에 먹고 사는 동네인데. 외국인들이 집세를 내고 물건을 사주고 음식을 사먹고 머리를 손질하고 오락실에서 돈을 뿌림으로써 집주인들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을 가지고 공무원들이 먹고 살면서 왜 그 이치를 모를까?

어찌 그 동네뿐이랴.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외국인들이 가장 밑바닥에서 받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수만 개의 자동차 부품 중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품이 과연 얼마나 될까? 화성에 있는 조그만 공장들 중 대다수가 외국인을 고용하여 그 부품들을 생산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일하기 꺼리는 *3D 업종의 공장들은 전적으로 외국인의 손길에 의지하고 있다.

3D 공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그 사무장에게 코가 마비될 정도로 냄새가 지독한 화학공장에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외국인이 아니면 공장이 단 1분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공장은 전부가 외국인이다. 한국인이라곤 사장님 한 사람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공장에선 사장님도 지게차를 운전하며 일해야 한다. 왜냐? 외국인도 지게차를 운전할 줄 알면 그런 공장엔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국인이 와? 어림도 없다. 굶어죽으면 굶어죽었지, 한국인은 그런 데선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공장이 꽤 많은 걸 어떡하나? 화학, 도금, 분체, 칼라시멘트, 연마, 프레스, 철강재 가공, 주물, 세척 등등 냄새 나고, 먼지 나고,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끄럽고, 유독하고, 지나치게 덥거나 춥고, 너무 무거워 다루기 힘들고, 안전장치가 없거나 있어도 사용하지 않아서 다치기 쉽고,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공장에서 외국인들이 주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것들을 다 지들 나라로 보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이 안 돌아가니까!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외국인을 쓰는 것은 부득이한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인을 쓰는 것이 사장님에게 이익이 되는 걸까? 뭔가 이익이 되니까 쓰는 게 아닐까? 그렇다. 상당한 이익이 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는 것은 최저임금으로 전체 생산비에 비하면 쌈짓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을 통하여 만든 물품을 수출하면 목돈이 들어온다. 그러므로 쌈짓돈을 아까워해선 안 될 것이다.

외국인을 많이 쓸수록 이익이 되기 때문에 사장님들은 그들을 많이 고용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 사용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분사(分社 : 회사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이다.

현행법상 내국인이 10명 이하인 회사는 외국인을 5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일부 사장님들은 이 법규를 최대한 이용한다. 거기서 외국인을 늘리는 방법이 나오니까. 예를 들어 내국인이 4명인 회사가 있다고 치자. 회사를 그대로 두면 외국인은 5명밖에 쓸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사를 내국인이 1명인 4개 회사로 쪼개면 4 곱하기 5, 총 20명의 외국인을 쓸 수 있다. 이래서 분사가 유행한다.

하지만 회사를 쪼개면 외국인에게도 불리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문제되는 것이 퇴직금이다. 5인 이하 회사는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분사한 회사를 4인 이하로 교묘히 운영하는 악덕 기업주들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한국인 1명에 외국인 3명 식으로! 일은 일대로 하고 퇴직금은 못 받는 외국인은 이래서 생긴다. 그러므로 분사는 강력히 막아야 한다. 또한 분사를 막는 것이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쨌든 <외국인을 많이 고용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면 왜 남는 장사가 될까? 물론 최저임금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작년 봄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취직시키려고 어느 *닥트 제작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닥트 회사는 야간작업을 많이 해서 한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으로 소위 3D 업종에 가깝다. 그 회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태국, 베트남 등 수많은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인사 담당자는 뜻밖에도 적나라한 얘기를 해주었다.

"우리 같은 업종에선 한국사람 못 써요. 왜 못 쓰는 줄 아세요? 한국 사람은 돈 더 달라고 하고, 말이 많고, 결근이 잦거든요. 세 자로 줄이면 <돈말결>이죠."

물론 그의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인사담당자로서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의 말을 뒤집어 보았다. 거기서 외국인을 쓰는 진짜 이유가 나오니까.

"외국인은 3D 업종에서 일을 시켜도 돈을 덜 줘도 되고, 말이 없고, 결근이 없다는 뜻이로군! 다섯 자로 줄이면 <3D돈말결>이야!"

그렇다면 외국인을 쓰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3D업종, 돈, 말, 결근.
하지만 이상한 게 그 닥트 회사는 일감이 없어서 많은 노동자들이 빗자루를 들고 청소나 하며 놀고 있는데도 추가로 새 노동자를 뽑고 있었다. 희한하지 않은가? 사람이 남는데 또 모집하다니! 하지만 닥트 회사의 성격을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닥트 회사는 주택건설 경기를 많이 탄다. 주택 경기가 좋으면 밤새도록 일하고 경기가 없으면 노동자를 내보낸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경기가 나쁘다고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그러니까 수시로 해고할 수 있는 외국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3D돈말결에다 <해>를 덧붙였다. <3D돈말결해>

정리해 보겠다.
외국인을 왜 쓰는가? : 외국인은 3D 업종에서 일을 시켜도, 돈을 덜 줘도 되고, 말이 없고, 결근이 없고, 해고가 쉬워서 쓴다.
줄이면 : 삼디돈말결해!
발음하기 쉽게 바꾸면 : 쌈짓돈 말결해
외우기 쉽게 바꾸면 : 쌈짓돈을 말하면 결국 해어진다

*3D 업종 : 힘들고 (Difficult), 위험하고(Dangerous), 더러운(Dirty) 일을 하는 업종.

*닥트 : 먼지 등 나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통로. 주로 함석으로 만들며 천정에 설치한다. 영어로 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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