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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한국말로 소통하기

[한윤수의 '오랑캐꽃']<50>

나같이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이 외국인 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친지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적인 질문 두 가지.
"외국어 몰라도 되요?"
"되죠!"
"한국말로 다 되요?"
"되죠!"
솔직히 말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은 한국말로 소통이 가능하다. 다만 몇 가지 요령이 있는데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지 않는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때 두 가지를 다 말하면 외국인은 알아듣지 못한다. 예를 들어 "돈을 받을 수도 있지만 못 받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면 돈을 받는다는 건지 못 받는다는 건지 혼란이 온다. 돈 받을 가능성이 많으면 "돈 받아."하면 된다.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그때 가서 다시 말한다.

2. 외국인이 알아듣는 최소한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는 괜찮아! 와 옛날에! 다. 사실 이 두 단어만 갖고도 웬만한 대화는 다 된다.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경상도 무식쟁이 영감 하나가 지금도 미국에서 옷장사를 한다. 그 사람이 아는 영어 단어는 "오케이" 하나 밖에 없다. 다만 그는 조그만 전자계산기 하나를 갖고 다닌다. 옷을 살 사람이 뭐라고뭐라고 영어로 지껄이면 틀림없이 이 옷 얼마냐고 묻는 걸 테니까 무조건 계산기에 20이라고 찍고 "오케이?"하고 되묻는다. 싫다고 고개를 저으면 19를 찍고 또 "오케이?"하고 묻는 식인데, 그 사람 말로는 옷을 팔고 사는 것은 물론이고 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단다.

이 경상도 무식쟁이 영감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에 온 외국인도 "괜찮아!"만 알면 크게 불편은 없다고 보면 된다. "괜찮아!"가 바로 영어의 오케이에 해당하는 말이니까. 더군다나 그는 *과거형 시제를 나타내는 고급 단어 "옛날에!"까지 알므로 의사소통이 자유롭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여간 외국인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은 이 두 단어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것.

3. 문장으로 말하지 않고 단어로 말한다

"Are you a boy?" 하지 않고 "boy?"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서 "당신네 회사에 전화해 봐도 되요?"라는 문장을 표현하고 싶다면 "전화 괜찮아?"하면 된다.

또 "이 회사는 낮에 일할 때도 있고 밤에 일할 때도 있다."라는 문장을 표현하고 싶다면 손바닥을 엎었다 폈다 하며 "주간 야간, 주간 야간"하면 된다.

4. 한자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직장 이동"은 "회사 바꿔?"로 "퇴사"는 "회사 그만둬?"로 "재입국"은 "필리핀 갔다 와?"로 바꿔 말해야 알아듣는다. 제발 유식한 척 "이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니 필히 유념해야 돼!"하는 식으로 말하지 말 것. 죽었다 깨어나도 못 알아듣는다.

5.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

어떻게든 알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외국인도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은 퇴직금을 많이 받았는데 왜 나만 퇴직금이 적으냐고 불만인 외국인에게 "당신은 근무기간이 짧으니 조금일 수밖에 더 있어?"해보았자 알아듣지 못한다. 이때 어떻게든 알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적당한 답이 떠오른다.
"1년 조금, 3년 많아."하는 식으로.
그러면 외국인은 만족하여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요는 어떻게든 알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나의 진심이 전해진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과거형 시제를 나타내는 고급 단어 "옛날에!" : 외국인에게 "옛날에!"는 과거형의 모든 품사를 대신하는 편리한 말이다. 예를 들어서 "지금 그 회사에 근무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그 회사에서 근무했었다"라는 뜻을 표현할 때 외국인은 동사 변화에 서투르므로 '했었다'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일해 옛날에!"식으로 말한다. 또 "그 여자는 지금은 안 이쁘지만 과거엔 이뻤었다"를 표현할 때 외국인은 형용사 변화에 서투르므로 "이뻤었다"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이뻐 옛날에!"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외국인이 하는 얘기가 지금 그렇다는 얘기인지 과거에 그러했다는 얘기인지 헷갈릴 때는 반드시 "옛날에?"하고 물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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