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 원을 못 받고 간 태국인이 있어서
사장님에게 부탁했다.
"외환은행 해외송금계좌로 넣어주십쇼."
석 달쯤 지나 태국에서 전화가 왔다.
"아직도 돈이 안 들어왔어요."
"그럴 리가? 여기 입금증까지 있는데."
확인해 보니 경리가 기업은행 통장으로 넣었단다.
사장님이 깜박 잊고 외환은행 소리를 안했고
나 역시 입금증만 얼핏 보고 끝난 줄 안 거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으리라고 예감한 걸까?
그는 기업은행 통장을 버리지 않고 통역에게 주고 갔고
통역도 버리지 않고 서랍 속에 처박아 둔 거다.
석 달 열흘 동안!
"비밀번호 알아?"
"전화 끊고 한번 생각해볼 게요."
금방 다시 전화가 왔다.
"생각해 냈어요. 0X04."
태국인이 이 정도로 빨리 기억해 낸다면
틀림없이 자기 신상과 관련이 있다.
등록증 사본과 대조해보니 맞다
X월 4일생이다.
그러나 아뿔사,
현금인출기에서 돈이 안 뽑힌다.
카드로만 되지, 통장 등록은 안 해놓은 거다.
할 수 없이 위임장과 등록증을 들고
계좌 개설점인 수원의 000지점에 찾아가서 사정했다.
"49만 원 때문에 태국에서 올 수도 없고, 어떡하죠?"
다행히 김진0 차장은 외국인에 대해 이해가 깊은 분이었다.
"비밀번호 기억한대요?"
"예."
"좋은 일 하시네요. 사실은 저희 고모부도 중동에 노무자로 가서 고생하셨거든요."
그녀는 선선하게 해외송금계좌로 넣어주었다.
어디 가나 마음 통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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