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쁜 소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쁜 소식

[한윤수의 '오랑캐꽃']<24>

오산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쭉쭉 뻗은 건물, 넓은 도로를 보고
"오산이 참 번화하네요."
하고 감탄하자 수원 출신의 운전기사는
"번화하긴요? 바닥이 좁잖아요."
하고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나는 그의 말을 수긍할 수 없어서
"수원에 비하면 그렇지만, 발안보다는 얼마나 교통이 편리하고 좋아요. 1번 국도도 있고 전철도 있고."
라고 반문하자 그는 오산을 발안 정도와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발안요? 거긴 시골이잖아요. 아직도 5일장이 서는. 발안은 장 빼면 뭐가 있어요?"
맞는 말이다. 발안은 외국인만 많지, 오지이고 시골이다. 어디에서 접근하든 교통이 불편하다. 전철 비슷한 것도 없으니까. 버스를 타도, 수원에서도 멀고 안산에서도 멀고 오산에서도 멀다. 그러므로 발안에 위치한 우리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교통의 불편쯤은 감수하는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으로 보면 된다.

교통의 불편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직원들의 이직이 너무 잦다. 평균 근무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 왜 석 달밖에 못 버틸까? 이유는 세 가지다. 박봉에, 격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기 때문이다.

월급은 최저 임금 수준인 데다가 보너스는 물론 없다. 또 외국인들이 사다준 과일 먹을 짬이 안 날 정도로 바쁜데다가 특히 남들이 다 쉬는 일요일에 쉬지 못한다. 그리고 노동자와 사장님, 양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센터 직원들은 보통 회사의 사무원과는 거리가 멀다.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이라는 게 상담하고, 권고하고, 조정하고, 진정하고, 협상하고 때로는 싸워야 하는 과정이므로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이렇게 일이 힘들기 때문에 어쩌면 이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센터 일이 이렇게 힘들어서 이직이 잦지만 꼭 그런 부정적인 이유로만 이직하는 게 아니다. 아주 축복할 만한 기쁜 소식이 있어 이직하는 사람도 있다. 기쁜 소식이란 직원들의 연이은 임신이다.

손이 귀한 집으로 시집온 K간사는 결혼 후 5년 동안 수태가 되지 않아서 굉장히 고전했으나 우리 센터에 근무한 지 10개월만에 임신해서 휴직했다.

그 다음 달, 베트남 통역 요안 또한 우리 센터에 근무한 지 9개월만에 첫 아이를 임신해서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가서 요양하고 있다.

같은 달에 태국 통역 위라완 또한 우리 센터에 근무한 지 8개월만에 셋째를 임신해서 휴직 중이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에 유학 중인 필자의 아들 부부도 수태가 안되어 고생했으나 우리 직원들과 거의 동시에 임신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하늘이 태를 열어주셨어."
하고 좋게 말하는 이도 있지만
"노동자센터가 아니라 임신센터구만."
하고 골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여간 직원들의 이직이 잦아서 의기소침한 마당에, 대거 임신으로 인한 이직은 칠년 가뭄에 단 비 같은 기쁜 소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