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한국인 노동자가 의자를 집어던져서 태국인 노동자의 이마가 찢어졌다. 병원에서 여러 바늘을 꿰맨 태국인은 나를 찾아왔다. 우선 진단서를 떼어오라고 다시 병원에 보냈다.
"아마 2주 진단이 나올 걸."
내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리자 직원들이
"어찌 그리 잘 아세요?"
하고 물었다.
"3주면 구속이니까! 설마 한국 의사가 한국사람 구속시키겠어?"
아니나다를까 내 예상대로 태국인은 2주 진단을 받아왔다.
나는 그를 파출소로 데려갔다. 파출소의 B경사는 서로 화해할 것을 종용했다.
"법정까지 가면 피차 손해 아닙니까?"
그 말이 그럴듯하여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앉았다. 태국어 통역을 사이에 두고. 그러나 가해자 측에서는 철두철미 말로 때우려고 들었다. 서로 미안하다는 말이 오간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듯이. 회사를 대표하여 나온 K부장이 끼어들었다.
"나도 미안, 너도 미안, 똑같아! 이제 됐지?"
어떻게 회사를 대표하여 나온 사람이 이렇게 두루뭉스리로 얼버무려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철저하게 가해자 편이었고. 한 술 더 떠서 한국인에게 대든 태국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태국인을 회사에 잡아두려 했다.
"너 어디 갈 데도 없잖아! 내가 태국 갈 때까지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할게"
태국인은 그 말을 호의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는 태국인이 회사에 남아 있다가는 본보기로 처벌당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무슨 이유를 붙여서든 조기 추방시키겠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사람을 폭행해놓고 어째 합의금이 한 푼도 없습니까?"
부장이 당황해서 말했다.
"목사님은 가만 계세요."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이 사람은 한국말도 모르고 법도 모르고 약자예요."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비로소 태국인은 분위기를 눈치 채고 조금은 단호해졌다. 하지만 강도는 세지 않아서 합의금은 단돈 백만 원으로 정해졌다.
"그럼 치료비는?"
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2주 치료비는 내죠."
마지막으로 남은 게 직장 이동이었다. 그러나 부장은 직장 이동에는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나 완강히 반대하면 할수록 나는 그가 태국인을 응징하려고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경찰에 고소할 수밖에 없군요."
나는 냉정히 말했다.
부장은 시뻘개진 얼굴로 버티다가 결국은 굴복했다.
"좋습니다. 보내주지요. 하지만 한마디 안할 수가 없습니다."
"뭐요?"
"내가 목사님들을 많이 알지만, 목사님 같은 목사님은 처음입니다."
나 같은 악질 목사는 처음 본다는 뜻이겠지.
그는 주머니에서 내가 준 명함을 꺼내더니 거칠게 내밀었다.
"목사님 명함 돌려드립니다. 제 명함도 돌려주십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나는 그가 준 명함을 찾는 척하면서도 왼쪽 호주머니 속에 든 명함을 결코 꺼내지 않았다.
만일 합의 이행이 안 되면 그에게 다시 전화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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