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서울 나들이를 갈 때 이야기다. 지원받을 수 있는 버스는 단 한 대였다. 정원 45명에서 폴리텍대학과 우리 센터의 봉사자 9명을 빼니 외국인이 갈 수 있는 인원이라곤 36명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한글학교 학생 중심으로 확실히 참석의사를 밝힌 36명만 예약을 받았고, 더 이상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들이를 가던 날 아침, 인원이 넘칠지 아니면 모자랄지 걱정이 많았다. 왜냐하면
"목사님, 내일 특근이 있어 못가요.!"
하는 전화도 오지만
"목사님, 싸인 안했는데 가면 안되요?"
하는 전화도 왔기 때문이다.
출발시 인원은 단 두 명이 모자랐다. 하지만 발안 삼거리를 지날 때 뒤늦게 두 명이 달려와서 버스 한 대의 정원을 정확히 채웠다.
이런 기막힌 우연 때문에 가을나들이 때 실수를 한 것이다.
▲ ⓒ한윤수 |
가을에는 서울랜드를 가게 되었는데 나는 널널하게 생각해서 한글학교 교사들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90명 정원에서 양쪽 봉사자 10명 정도 빼고 80명만 예약을 받으세요"
모자라고 남고 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주리라는 허황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예약한 80명 중에서 40명이나 빠졌으니까.
한글학교 학생들은 거의 다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러가고 싶은 순수한 마음으로 예약한 것이기에. 더구나 한글학교에서는 수업 전에 선생님이 계속해서 상기를 시켰었다.
"10월 19일 오전 8시 30분에 어디 가죠?"
하면 학생들은
"서울랜드요!"
하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곤 했다. 원래 소풍날보다 소풍가기 전 며칠이 더 설레고좋지 않은가! 한글학교 학생들은 몇 주 전부터 즐거이 소풍을 기대해 왔기에 거의 100프로 참석한 것이다.
하지만 센터로 상담 받으러 왔다가
"서울랜드 안 갈래요?"
하는 권유를 받고 싸인한 인원들은 거의 다 불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담 받으러 와서 센터의 도움을 받았기에 마지 못해서 체면치례로 참가하겠다고 말한 것이지, 진심으로 참가하고 싶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예약은 안했지만 꼭 가고 싶어서 혹시나 좌석이 남지 않을까 하고 아침 일찍 한번 와본 사람들이 24명이나 되어서 외국인 64명에 봉사자 13명 겨우 77석을 채울 수 있었다. 빈 자리 13석이 커보였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회사마다 일요일 특근이란 변수가 있기에 외국인 머릿수를 정확히 맞추기는 힘들다.
하지만 진심으로 참가하고 싶은 사람만 예약을 받는다면 근사치를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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