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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日不可無 崔遲川和戰論"

[남재희 칼럼] 전환기 남북관계에 관한 단상

사회가 계속 복잡다기하게 발전하고 있기에 저널리즘이 그 전문성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 그래서 그 분야 분야를 전공하는 아카데미즘의 도움을 꼭 받아야만 한다. 그 관계를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넥서스(nexus; 연결망)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언론인이 학문적 연구에 정진하여도 좋다. 외국에 많이 있는 경우로 우리는 그들의 훌륭한 저술을 자주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인들이 학구적으로 노력하여, 예를 들어,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중앙일보>의 문창극 주필이 우선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동아일보>의 이재호 논설실장이 <햇볕정책> 연구로 학위를 하고 그 테마로 하여 관심을 끌었다.

언론사와 그 언론사에 속한 언론인을 어느 정도 구별하고 싶다. 언론사에는 이른바 사시(社是)라는 게 있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럴 듯한 말들만 나열한 것이고 실제 제작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애매모호한 것이다. 대개의 경우 차라리 경영 측의 소신이나 이해관계를 따르는 것이란 설명이 보다 현실에 부합한 이야기일 것이다. 따라서 언론인의 개인적인 견해나 소신이, 언론사의 기사나 논평에 나타나는 것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일 줄 안다.

작금 미국이 참으로 오랜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해제하고, 북한이 웬 까닭인지 갑자기 대남 강경태도를 더 노골화하고 있어 냉온 기류가 교류하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MB 정부는 마치 부동명왕(不動明王)처럼 꿈쩍도 않고 있는데 그것이 강경 쪽으로의 경도인지 아니면 어려운 용어로 immobilisme(주: immobilisme은 프랑스어로 정치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 사전에는 '퇴영주의, 보수주의, 구태묵수(墨守)' 등으로 나와 있다. 이제까지 것을 지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요지부동하는 상태)인지 판단이 잘 안 간다. 이재호 씨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국제적 협력과 합의의 수준은 높은데 신뢰가 낮은 경우에는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되면, 고립된 북한이 모험주의나 벼랑끝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2008년 2월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이 이런 딜레마에 빠질 개연성이 없지 않다. 남한 내부적으로는 대북 압박을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 상호주의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유연한 상호주의로 가야 할 것인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우선 북한은 '실패한 체제'라는 점을 먼저 분명하게 전제해 놓고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리고 그럴 때 앞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불행한 사태의 연속(흔히 시나리오라고 한다)을 상상하며 불안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DJ와 그 후 노 정권에서 연속 통일원 장관을 지낸 정세현 씨는 전에 어느 신문에서 보니 최악의 경우의 상정이라 하여 평양-원산 선에서의 미국과 중국에 의한 분할 점령을 우려하기도 하였다. 어떻든 평화롭게, 순조롭게, 민족 공영의 이익이 되게 이행되어야 할 터인데…하는 조바심이다.

역시 국제권력정치의 틀이 중요한 것이기에 누구나 6자 회담의 프레임을 말한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 길뿐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아래 꼭 있어야 할 남북한 간의 프레임이다. DJ나 노 정권은 여하간 그 남북한 프레임을 짰다. 그리고 지금 남쪽의 민간 운동으로, 예를 들어, 백낙청 교수 등이 북한을 감싸 안을 남북연합 등의 큰 보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몰린 쪽에도 길을 터주어야 하는 법이다. 패자에게 상처를 감추고 그나마의 명예를 지킬 커튼을 쳐주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특히 북한 군부의 문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북한의 행태를 보면 이해 못할 데가 많다. 외교라고 해도 난폭 외교라고 보일 때가 빈번하다. 그러나 본래 약한 자가 소리를 더 독하게 지르는 법이다. 강한 자의 목소리는 아무래도 쇳소리가 덜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큰 아량을 갖고 북의 강파른 레토릭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통 크게 지원을 계속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은 얼마든지 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그런대로 가닥을 잡아가던 북미관계가 부시 행정부가 되면서 좌초했다.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ABC다. 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이 한 것 아닌 것은 무엇이든지. 그래서 유명한 '악의 축' 발언도 나왔지만, DJ와의 회담에서 'this man'이라고 경멸조로 말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재호 씨 논문에서 새삼 인용‧소개되고 있지만 DJ와의 전화 중에 수화기를 가리고 옆 사람에게 "이 사람 누구야. 이렇게 뭘 모르다니 믿을 수 없군!"(Who is this guy? I Can't believe how naive he is!)라고 말하기까지 한 정도가 아닌가. 그 부시가 임기 말에 와서야 방향을 바꾸어 거의 클린턴 정책 비슷이 되어가고 있어 이번에 테러지원국가 명단 해제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호 씨는 남북관계에 있어서의 세 변수를 3C라고 하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적 합의(Consensus), 남북 간 신뢰(Confidence), 국제적 협력(Compatibility). 여기서 국제적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미국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 부시 정부를 상대하느라고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인내해왔는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곧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어느 누가 승리할 것이냐에 관계없이 미국 정치의 큰 흐름은 이미 방향을 바꾼 것 같다. 막무가내로 이라크를 침략한 것과 같은 오만한 초강대국 일방주의는 이제 변할 게 아닌가.

그 오바마가 한반도 문제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고, 또한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분석을 하여 그가 취할 방향을 예측하고 있겠지만, 비전문가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한 구절이 있다. 가슴에 와 닿을 뿐 아니라 계속 머릿속에 메아리친다.

"아시아에 있어서는,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남한의 여러 노력을 경시(과소평가)하였습니다." (In Asia, we belittled South Korean efforts to improve relations with the North.)

'Renewing American leadership' by Barack Obama Foreign Affairs. July/August 2007.

쉽게 말하여 한국인들에게 미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니 우리의 심금을 건드릴 수밖에….

북한 측이 방향전환을 하여 상황을 개선할 시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세계의 흐름은 더딘 듯하지만 피해갈 수가 없다. 옆 나라인 중국, 러시아, 그리고 작은 나라인 몽골을 살펴 보면 알 것이다. 미국 측과는 물론 남한과도 진지하고 대담하게 협상‧협의해야 한다. 북 지도층은 한 번 대담히 점프를 해볼 일이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벼랑에서 가지를 잡고 아등바등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되, 벼랑에서 잡은 가지마저 놓을 수 있는 사람이 가히 장부로다." (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撤手丈夫兒)

MB정부가 혹시라도 한국판 ABC를 고집하여서는 곤란하다. 그러다 보면 이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세월하는 것이다. 영어로 Crucial moment라고 하는 그런 시기가 아닌가.

요즘 <서울신문>에 연재되는 한명기 교수의 <병자호란 다시읽기>를 열심히 읽고 있다. 참으로 기막혔던 그 꼴을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교훈을 얻으려 함이다. 지금 마지막 단계를 서술하고 있는데 당초 걸었던 기대를 거의 충족시켰다고 여겨진다.

남북한 간의 어려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자주 떠올리는 한문 구절이 있다.

"今日不可無 崔遲川和戰論

百歲不可無 三學士主戰論"

(오늘날에 있어서 최명길-지천은 아호-의 화전론이 없을 수 없고, 긴 세월을 두고 볼 때 삼학사의 주전론이 없을 수 없다)

믿을 만한 사람의 전언에 의하면 백범이 남북협상을 떠나기에 앞서 심산 김창숙 옹을 방문하였을 때 위에 인용한 한문 구절에 비유하여 그의 심정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요즘 일부에서는 우남 이승만 박사를 새삼 더 떠받들려 하는 나머지 백범을 부당하게 폄하하고도 있는데 한 번 음미해볼 일이다.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YS 정권 시초에 YS의 대북정책이 너무 유화적이라고 안기부장(지금의 국정원장)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이 있다. 그는 비유컨대 삼학사다. 지금 남북화해를 위한 민간운동에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있다. 그는 비유컨대 최지천이다.

이 삼학사나 최지천이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는 척도보다는 그 시국에 비추어 어느 쪽이 보다 지혜로우냐는 차원에서 판단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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